"멀리 사는 자식보다 낫다"...반려견 키우는 노인에게 생기는 일
뇌 인지능력 저하 속도 느려져...사회적 교류 기회도 증가
혼자 사는 노인이 반려동물을 기르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년기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린 중국 광저우(廣州) 중산대(中山大學, Sun Yat-sen University) 연구에 따르면 혼자 사는 노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영국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성인 7,945명(평균 연령 66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9년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키우지 않는 사람의 인지 능력 저하 속도를 비교했다. 참가자들은 매년 종합적인 언어 인지 능력, 언어 기억력, 언어 유창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단어 암기 테스트 등을 받았다. 참가자 중 56%는 여성이고 35%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었으며 27% 가량이 1인 가구였다. 관찰 결과 혼자 사는 사람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언어 기억력 및 언어 유창성 저하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노인의 경우에는 반려동물을 기른다고 해서 인지능력 저하 속도가 더 느려지지는 않았다. 이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이 잠재적으로 다른 사람과 자주 교류할 수 없는 이들에게 외로움을 줄이고 인지능력 저하를 막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반려동물 자체가 주는 이점도 있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다 보면 매일 산책을 하고 산책을 하다 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다른 이웃과 소통할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치매 위험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는 언어 기억력과 유창성이라는 두 가지 인지 영역만 관찰했다는 점과 거의 모든 참가자가 백인이었다는 점도 일반화할 수 없는 이유로 꼽혔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성인의 약 10%, 즉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32%는 인지 능력 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으로 60세 이상 치매 환자 10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최근 독거노인 수가 급증하고 있어 치매 환자 증가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65세 이상 노인 중 독거 노인이 21.8%로 5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