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무심코 넘긴 '이 병'...알츠하이머 위험 높인다?
변비 경험한 한국인, 알츠하이머 위험 2배 증가...일본은 3배 가까이
최근 국내 연구진이 변비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두 질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그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둘 사이의 병리학적 인과 관계를 입증한 최초의 연구다.
변비 같은 위장 기능 장애는 말초 신경 손상 및 자율 신경병증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의 경우, 자율신경 기능 장애로 변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반대로 변비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는 없었다.
최근 광주과학기술원 의생명공학과 김태 교수팀은 경희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연동건 교수팀과 기초·임상 융합연구를 통해 장 운동성 저하와 알츠하이머병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에 걸리기 쉬운 유전적 성향의 쥐 모델에 지사제에 일종인 '로페라미드'를 투여 해 변비 상태로 만들었다. 그 결과 쥐에게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뇌 내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비정형 단백질로, 증식할 시 뇌에 들러 붙어 유해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아교세포는 뇌 속 병원체를 먹는 청소부 역할을 하지만 많아질 시 정상 신경세포도 함께 먹어 뇌에 직접적 손상을 야기한다. 이에 따라 실험 쥐는 장소 인식 시험 등에서 경험한 장소에 대한 지각이 떨어지는 등 알츠하이머의 대표 증상인 기억력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뇌 이상 뿐만 아니라 실험 쥐들은 대장 조직 분석 결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 반응을 조절하는 노르에피네프린 분비 및 면역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이 증가했다. 이어 박테리아에 대한 방어 유전자가 감소하는 등 장 조직의 병적 악화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변비가 장내 활성산소와 세포 스트레스를 높이는 점을 감안할 때, 느려진 장 내 이동이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박테리아의 과잉 증식을 유도했다"며 "그 결과 장 장벽을 파괴하고 전신 염증 및 신경염증을 유발해 뇌의 신경세포에도 악영향을 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코호트 조사 결과 변비를 경험한 환자는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약 313만 명의 한국인과 약 438만 명의 일본인에게서 변비가 있는 환자의 경우, 변비가 없는 환자에 비해 알츠하이머 위험이 한국 코호트에서 2.04배, 일본 코호트에서 2.82배 높은 경향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장 기능 이상 또는 변비가 알츠하이머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본 연구 결과는 현재 부각되는 장뇌축 가설(장과 뇌가 상호작용)에 강력한 뒷받침이 될 수 있어 알츠하이머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접근법으로서 장 운동성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변비는 흔하게 나타는 소화계 질환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15%가 1회 이상 변비를 경험했을 만큼 빈번하게 발생한다. 배변이 1주일에 2회 미만이거나, 배변 시에 굳은 변이 나오거나,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 진단할 수 있다.
변비의 원인으로는 △불규칙한 배변습관 △수분섭취 부족 △영양가가 낮은 식습관 △운동부족 등이 있다. 특히 여성 환자 비율이 남성보다 3~4배 가량 높다. 이는 임신이나 월경 등 변비 유발 요인이 남성보다 많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