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곤충'으로 만든 심장판막...기존보다 10배 튼튼해
연구진 "동물 판막 사용 줄어 환경에도 좋은 영향 줄 것"
국내 연구진이 누에 단백질을 이용해 기존보다 내구성을 10배 이상 높인 인공 심장판막을 제작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정세용 교수 연구팀은 나방의 유충인 누에가 만들어내는 천연 단백질 '실크 피브로인'을 심장판막질환 환자를 위한 인공 판막 제작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 사용하는 인공 판막은, 금속으로 만든 기계 판막과 동물 조직 판막이 있다. 기계 판막을 사용하면 혈전이 잘 발생해 피가 굳는 것을 막는 항응고 요법을 평생 받기에 출혈로 인한 합병증 위험성이 커진다. 동물 조직 판막의 경우 판막 기능 저하가 발생할 위험이 커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신소재를 활용한 인공심장 판막 개발의 필요성은 매우 크다. 하지만 심장의 압력을 견딜 만큼 높은 강도와 탄성을 가진 대체제를 구할 수 없어 개발에 어려움을 빚어 왔다.
연구팀은 최근 기능성 소재로 각광받는 실크 피브로인으로 심장판막 모양을 만들어 그 성능을 평가했다. 이때 연구팀은 실크 피브로인이 자체로 가진 엉킴 현상을 극대화해 내구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법을 적용했다. 실크 피브로인은 무색‧무취로 인체에 무해하다.
연구팀은 실제 심장의 박동과 비슷한 압력을 실크 피브로인으로 만든 인공 판막에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구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천연 실크로 만든 판막에 비해 강도가 13.8배, 탄성도가 10.1배 높았다.
나아가 심장 박동 테스트를 시행해보니 높은 내구성을 보이며 일반적인 수축기 혈압 범위인 60-180mmHG(밀리미터수은)을 넘어선 압력에서도 그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이어 실제 체내에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혈액 적합성 검사를 진행했다. 혈관계 병을 앓는 환자에게 혈전 형성, 석회화 등 혈류를 방해할 만한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정세용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한 후속 실험을 계속해 반복적인 수술 등으로 고통받는 판막 질환 환자들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며 "동물을 기반으로 하는 판막 제작 사용도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소재 분야 세계적 권위 학술지 《진보한 기능성 소재(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최신 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