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약 '토피라메이트' 권장량의 20%로 효과 충분"
서울대병원 연구팀... 과잉 투여땐 실조증 등 합병증 발생 위험
뇌전증 치료제 '토피라메이트'가 4㎎/L의 혈중농도만으로 충분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이는 권장 농도의 20% 정도 수치다. 반면 혈중농도가 6.5㎎/L 이상일 경우 부작용 위험이 높아져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주건 교수와 임상약리학과 장인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7~2022년 서울대병원에 방문한 389명의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토피라메이트의 적정 혈중농도를 분석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뇌전증은 원인 없는 발작(경련)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편적인 치료법은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것인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2세대 항경련제가 토피라메이트다.
세계뇌전증연맹은 뇌전증 치료를 위한 토피라메이트 혈중농도를 '5~20㎎/L'로 권고한다. 그러나 권장량을 사용해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 적정 혈중농도에 대한 연구가 요구됐다.
이에 연구팀은 토피라메이트를 처방받은 뇌전증 환자 389명을 대상으로 토피라메이트 혈중농도와 항경련 효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의 94.4%(371명)에서 경련 증상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때 토피라메이트 평균 혈중농도는 4㎎/L로, 기존 최고 권고농도(20㎎/L)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작은 용량으로도 충분한 항경련 효과를 보인 만큼, 무리한 증량은 불필요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반면 토피라메이트 혈중농도가 6.5㎎/L 이상일 경우 '실조증' 부작용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실조증은 신체 부위 간 상호작용 장애로 인해 동작이 서투르고 섬세한 움직임을 할 수 없는 신경학적 증상이다.
연구를 이끈 주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많은 뇌전증 환자가 사용하고 있는 토피라메이트 약제의 무리한 증량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혈중농도 4㎎/L로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환자는 토피라메이트를 증량하기보다 새로운 뇌전증 약제를 추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신경과학회 《임상 및 중개신경학회지(Annals of Clinical and Translational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뇌전증은 세계적으로 약 5000만명, 국내에서는 약 36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의 원인으로는 △임신 중의 영양 상태 △출산 합병증 △두부(뇌) 외상 △뇌의 퇴행성 변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