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뇌 청소' 안되기 때문...MRI로 조기 진단
'인지장애→알츠하이머병' 진행할수록 '맥락얼기 부피↑-투과성↓'
알츠하이머 치매가 뇌의 '노폐물 청소 기능'과 밀접한 뇌 부위의 문제로 발병할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올해 우수 국가연구로 꼽혔다.
건국대병원은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문원진 교수팀의 연구 성과가 최근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과 '2023년 보건의료 R&D 우수성과 30선'에 선정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진단하기 위한 새로운 의료영상 지표(마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뇌의 '맥락얼기(맥락막총)' 부위의 부피가 인지기능 저하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맥락얼기 부위는 뇌실막세포와 모세혈관이 끈처럼 얽혀있는 뭉치다. 뇌척수액을 생산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는 곧 뇌건강 유지와 직결한다. 두개골과 뇌 사이를 채우고 있는 액체인 뇌척수액은 외부의 충격에서 뇌를 보호할 뿐 아니라 뇌 안의 물질 순환을 돕기도 한다. 즉, 뇌척수액이 뇌를 순환하면서 뇌세포가 만든 각종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을 청소하는 것이다. 또한, 혈액에서 뇌로 유입하는 면역세포를 조절하는 관문 역할도 한다.
따라서, 맥락얼기 이상으로 뇌척수액의 생산과 순환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뇌세포 활동의 노폐물인 독성 단백질이 뇌 안에 쌓이게 된다. 이런 독성 단백질이 덩어리(플라크)로 뭉치면 뇌신경 염증을 유발하고 뇌기능 이상을 초래하는 것이다. 독성 단백질에는 최근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등이 포함한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할수록...맥락얼기 부피↑-투과성↓
이와 관련해 문원진 교수팀은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는 과정에서 맥락얼기 역시 구조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인지저하 환자 532명의 3T(테슬라) MRI 뇌 구조 영상 사진을 분석한 결과다. 3T MRI는 신체 부위를 포함해 뇌실질과 뇌혈관과 같은 미세부위까지 정밀 판독이 가능해 기존 MRI보다 진단율을 10배 이상 높인 의료영상기기다.
이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정도(스펙트럼)와 인지장애 정도는 뇌 MRI상 맥락얼기의 부피와 연관이 있었다. 주관적 인지장애, 경도 인지장애, 알츠하이머 치매 등 질환이 진행할수록 맥락얼기의 부피도 컸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론 맥락얼기의 부피가 클수록 자기 통제와 계획 등을 관장하는 인지 기능의 실행 능력과 기억력이 저하했다. 또한, 맥락얼기의 부피는 나이와 성별(남성), 고혈압과도 연관성이 있었으나, 아밀로이드 병리 여부와는 관련이 없었다.
아울러, 맥락막총의 투과성 역시 연관이 있었다. 투과성이 낮을수록 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치매 등 질병이 더욱 진행했다. 맥락막총의 투과성은 뇌척수액의 순환과 청소 기능과 직결하기 때문이다. 투과성이 낮으면 그만큼 물질 교환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뇌의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을 뇌 밖으로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
문원진 교수는 "이들 연구로 맥락막총의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진행에 독립적 인자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면서 "알츠하이머병의 조기진단 도구 개발에 시발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맥락막총을 새로운 치료 대상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수 연구성과로 선정된 데는 같은 연구팀 내 신경과 문연실 교수와의 협력도 중요했다"면서 "향후 진단을 넘어 새로운 치료 전략과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이 되도록 연구를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원진 교수팀의 연구 논문은 영상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영상학(Radiology)»(https://pubs.rsna.org/doi/10.1148/radiol.212400)과 «신경촬영법연구(Journal of Neuroimaging)» 등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