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비염·소화불량 한약도 건보 적용...내년 4월부터
건보 시범사업 확대 연장...의협-한의협, 희비 엇갈려
내년 4월부터 허리 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와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한의원을 찾아 처방받는 첩약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첩약은 여러 한약재를 섞어 만든 탕약을 의미한다.
보건복지부가 20일 제2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2026년까지 연장하고, 대상 질환도 확대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사업은 앞서 2020년 11월부터 시작했으며, 기존에는 한의원에서 안면 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환자에게 처방하는 첩약에 건보를 적용했다. 이날 결정으로 내년 4월부터 해당 3개 항목이 추가로 건보 적용되며, 대상 기관도 한의원에서 한방병원, 한방 진료과목을 운영하는 병원까지 확대했다.
본인부담률도 한의원 30%, 한방병원 40%로 각각 내린다. 기존 본인부담률은 50%였다. 이에 따라, 알레르기 비염의 한약 가격은 5만2900원(1회 처방 기준)으로 책정됐고, 이 중 1만5870∼2만1160원을 환자가 낸다. 허리 디스크 한약은 5만1730원, 기능성 소화불량은 4만4220원으로 책정됐고, 이 중 30∼40%가 본인 부담이다.
첩약 급여 일수도 늘어났다. 현재는 환자 1명당 연간 1가지 질환으로 최대 10일까지만 처방이 가능했지만, 앞으론 2가지 질환에 대해 연간 최대 40일간 처방이 가능해진다. 질환별로는 10일분씩 2회까지(최대 20일) 처방받을 수 있다. 한의사 1명당 건보 청구 상한도 연간 300건에서 600건으로 완화된다.
이번 시범사업 확대는 한의계의 기존 사업 참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1차 시범사업 동안 전국에서 참여한 한의원은 1만4557곳 중 2922곳(20.1%)에 불과했고, 예상 건보 지출액(1161억 원)도 당초의 3.9%인 45억 원만 활용됐다. 건보 적용 시 첩약 가격이 건강보험공단이 정한 수가에 맞춰야 하기에 참여 유인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기존 시범사업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개편했다"면서 "첩약의 건보 적용에 대한 적정성을 지속해서 검토하면서 한의약 접근성을 강화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경감과 국민들의 건강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의협, 첩약 유효성-안전성 등 두고 반발...한의협, 환자만족도 95.6%
다만,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한의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거세게 반발했다. 의협은 1차 시범사업 초기부터 첩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의학적 타당성과 치료 효과성, 안전성과 원료 안전관리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한정된 건보 재정을 사용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앞서 2020년 9·4 의정협정에서 '한약 건보 적용의 발전적 방향을 (의료계) 협의체에서 논의한다'고 합의했는데 정부가 이를 어기고 있다고도 해석했다.
이에 의협은 20일 서울 서초구의 한 회의장 앞에서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여기에서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생리통 치료 한약의 경우 복지부가 건보 적용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5년간 연구용역을 벌였는데도 뚜렷한 검증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의협의 지적을 '악의적인 폄훼'라고 반박했다. 한의협은 성명서를 통해 "한약은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됐고, 건보 적용 혜택을 받은 대상자의 95.6%가 만족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