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루미나, 반독점소송 끝에 자회사 그레일 매각 결정
"더 이상 항소 없어"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 또는 분사
미국의 유전체 분석 전문 기업 일루미나가 반독점 소송 끝에 자회사 그레일(Grail)을 매각한다. 80억 달러(약 10조4800억 원)를 투자해 인수한 지 2년만의 결정이다.
17일(미국 현지시간) 일루미나는 자사 홈페이지에 암 진단 전문 자회사 그레일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일루미나의 제이콥 타이슨 CEO는 “환자들을 위해 신속하게 매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며 “내년 2분기까지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독립회사로 분사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매각 결정은 일루미나가 그레일을 인수하는 것이 반독점 규제에 위배된다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EU)의 판단에 따른 조치다. 글로벌 유전체 시장에서 7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일루미나가 경쟁사 그레일을 인수한다는 결정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일루미나가 그레일 인수를 발표하자 FTC는 “미국 암 조기 진단 시장의 혁신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인수가 불공정하다는 내용의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결국 연방법원은 15일(현지시간) FTC의 승소를 인정하며 “(일루미나의 그레인 인수는)경쟁 체제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판결했다.
EU 역시 독점 금지 규제에 대한 승인 없이 인수를 마무리한 것에 대해 일루미나에 4억3200만 유로(약 60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합병규정을 위반한 기업에 EU가 부과한 벌금 중 가장 큰 규모다.
일루미나는 미국, 유럽 규제 당국의 이같은 결정에 더 이상의 항소 없이 그레일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법적 분쟁이 길어지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데이터 의료정보센터에 따르면 일루미나의 지난해 순이익은 2021년 대비 677% 감소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44억 달러(약 5조7500억 원)로, 일루미나 입장에선 그레일 인수 금액의 절반이 넘는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제이콥 타이슨 CEO는 “일루미나는 앞으로 핵심 사업에 집중하며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성공을 목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