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화상'에 집에 숨었던 중동 소년...한국서 재건치료 성공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 도움에 한국행...2차례 대수술 버텨내
얼굴 절반에 입은 3도 화상으로 은둔 생활을 했던 키르기스스탄의 8살 소년 알리누르(Alinur)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았다. 지난 7월 키르기스스탄을 찾은 서울아산병원 의료봉사단의 도움으로 지난달 9일 한국으로 이송해 안면재건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덕분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시골 마을인 마나스 지역에 살고 있던 알리누르가 화상을 입은 건 2021년 6월의 일이다. 당시 그의 가족은 집을 보수하기 위해 화학 액체를 끓이고 있었다. 가족들이 잠깐 눈을 뗀 사이 6살이었던 알리누르는 장난삼아 아궁이에 돌을 던졌다. 그러자 아궁이에선 팔팔 끓고 있던 뜨거운 화학용 액체가 사방으로 튀면서 알리누르의 눈과 코, 이마 등 얼굴 전체를 덮쳤다.
당시 사고로 알리누르는 얼굴 절반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처음 3일 동안은 화상으로 얼굴이 부어 눈이 보이지 않았고, 후유증으로 코 모양도 변했다. 가족은 급하게 소년을 데리고 시골 마을에서 40km가량 떨어진 유일한 병원을 찾았다. 알리누르는 10일간 입원한 후 통원 치료를 받았다. 알리누르의 치료비로 가족이 버는 월급의 3분의1을 지출했다.
다행히 시력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화상 흉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에선 흉터가 더 번지지 않도록 간단한 치료를 지속하며, 가족들에게 흉터를 없애기 위한 수술 치료를 이야기하긴 했지만 자신 있게 권하진 못했다. 전신마취 수술을 4번이나 진행해야 하기에, 알리누르가 만 14세가 넘어야 수술이 가능하고 현지의 성공 가능성도 작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2년가량 알리누르는 화상 탓에 바깥세상과 단절돼 갔다. 햇볕에 화상 부위가 닿으면 가려운 데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친구들을 만나는 일도 점점 줄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년은 방 안에서 세계지도를 보며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소년의 가족은 지난 7월 수도인 비스케크에 한국 의사 선생님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알리누르를 만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서현석 교수는 '소년의 화상 흉터를 치료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수술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고 말에 가족은 고민 없이 한국행을 결정했다.
이에 지난달 알리누르는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두 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지난달 13일에는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의 집도로 알리누르의 코를 재건했다. 4시간에 걸쳐 화상 흉터를 제거하고 이마 피부를 이용해 변형된 코 모양을 바로잡았다.
이후 3주간 이식한 피부가 충분히 자리 잡은 후 이달 6일에는 코 부위 피부 이식을 위해 이마와 연결한 피부 부위를 분리하는 2차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로써 화상을 입었던 피부에서도 정상적이고 독립적으로 혈액이 흐르며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됐다.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으며, 알리누르는 오는 20일 키르기스스탄 귀국을 앞두고 있다.
사라진 흉터에 해맑은 미소를 보인 알리누르는 "화상을 입은 후로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는 게 싫었다"면서 "이제 서울아산병원 선생님들이 다시 예쁜 얼굴을 갖게 해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과 실컷 놀고 싶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교수는 "알리누르가 어린 나이에도 큰 수술을 잘 버텨줬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재건 부위도 더욱 자연스러워지기에 알리누르가 화상의 아픔을 잊고 건강하게 멋진 성인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해외의료봉사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설립 이념에 따라 의료환경이 열악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동안 14개국에서 53회의 봉사활동을 시행했으며, 키르기스스탄 의료봉사는 지난 7월 16일부터 사흘간 진행했다. 당시 서울아산병원 소속 의사 15명, 간호사 22명 등 총 46명의 의료진이 2500여 명의 환자를 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