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엄마 돌보면 오히려 우울증 나아진다?...왜일까?
“간병은 스트레스”…그러나 도리어 회복탄력성 높이고 우울증 누그러뜨릴 수도 있어
돌봐야 할 늙은 부모나 아픈 배우자가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병든 엄마를 돌보면 오히려 우울증을 누그러뜨리고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색다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연구팀은 늙고 병든 엄마를 둔 50세 이상 자녀 약 4800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회복 탄력성(적응 유연성)은 스트레스나 각종 어려움에 적극 대처하고 시련을 견뎌내는 능력이다. 역경 속에서 기능 수행력을 회복한다는 뜻도 있다.
연구팀은 “가족 간병도 우울증의 위험 요인”이라는 생각에 의문을 품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간병인은 비간병인보다 더 오래 살며, 많은 간병인이 간병에 나름대로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고, 간병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묘사한다. 연구팀은 이런 모순에 착안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생존해 있는 어머니가 인지장애나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되고 그의 성인 자녀가 간병할 경우 자녀의 정신건강 변화를 추적했다. 연구팀은 1991년에 시작된 ‘미국 건강 및 은퇴 연구(HRS)’ 참가자 4812명을 조사 분석했다. 이들의 데이터는 2002~2018년의 격년제 데이터였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약 57세였고 53%가 여성이었다. 이들의 생존해 있는 어머니의 평균 연령은 82세였다. 연구 초기에 이들 어머니의 약 15%는 치매, 약 10%는 경증 및 중증의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추적관찰 기간 동안 약 39%가 치매를 앓고, 약 26%가 신체적 장애를 겪게 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간병인의 우울증은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이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기에 발생하지만, 간병인이 되는 것 자체는 우울증 감소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될수록 성인 자녀의 우울증이 더 심해졌으나, 간병인이 되는 것 자체가 우울증을 악화시켰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간병이 어머니의 건강 문제에 대응해 성인 자녀의 우울증을 누그러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가 아끼는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건강 보호 효과를 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의 또 다른 연구 결과(2021년)에서는 배우자를 간병하는 사람도 이와 비슷한 건강 보호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제1 저자인 한세황 조교수(인간발달 및 가족과학)는 "수십 년 동안의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간병인이 되는 데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병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요인이며 건강과 웰빙을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측면이 긍정적인 측면보다 더 큰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종전 연구에서는 간병인과 비간병인의 웰빙을 비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노년기에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우울한 사건이다. 간병인의 우울증 위험이 가족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가 없는 비간병인에 비해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는 썩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간병인과 비간병인의 비교는 암에 걸려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사람과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의 웰빙을 비교하는 것처럼 잘못된 것이다.
미국인 5명 중 1명은 부모, 배우자 등을 간병한다. 특히 50세 이상의 약 50%가 더 나이든 사람을 간병하고 있다. 간병인이라는 역할이 두려움과 우울증의 원인이 될 필요는 없다. 한 조교수는 "간병이 매우 스트레스가 많은 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간병 경험이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성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Revisiting the caregiver stress process: Does family caregiving really lead to worse mental health outcomes?)는 ≪생애 과정 연구의 발전(Advances in Life Course Research)≫ 저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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