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세포로 만든 커피?...과연 어떤 맛 날까
커피 재배의 탄소 배출 줄이기 위한 연구 결과 발표
최근 원두로 만든 것이 아닌, 배양된 식물 세포로 만든 인공 커피가 개발돼 눈길을 끈다. 커피가 전 세계적으로 초대량 소비되는 만큼, 탄소 배출의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개발된 식물(인공) 커피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미국화학회(ACS)의 «농업·식품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소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핀란드 국립 기술연구센터 히에코 리셔 박사 연구팀은 커피 세포 배양체를 이용해 만든 커피가 실제 원두와 비슷한 향과 맛을 일부 재현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먼저 잘게 썬 커피 나무의 아라비카 잎을 실험실로 가져와 생물 활성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생물반응기에 넣은 뒤 세포를 배양했다. 그렇게 얻은 세포들을 동결 건조해 고운 가루로 분쇄한 뒤, 볶았다. 볶은 시간에 따라 여러 종류의 샘플을 만들어냈다.
배양 세포를 가장 오랜 시간 볶은 샘플은 실제 원두를 오래 로스팅한 다크 로스트 커피에 비해 카페인 함량은 절반 정도로 떨어졌지만, 가장 다크 로스트 커피와 비슷한 색을 연출했다.
연구팀은 커피의 색상 또한 커피의 맛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내다봤기에 가장 오래 로스팅한 배양 세포 커피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팀은 한쪽은 위의 배양 세포 로스팅 커피(배양 커피), 다른 쪽은 다크 로스트 커피(일반 커피)를 각각 놓고 숙련된 맛 테스터에게 제공했다. 그 결과, 테스터들은 배양 커피외 일반 커피 둘 다 비슷하게 쓴맛과 단맛이 났으며 오히려 배양 커피에서 스모키(훈연)한 향과 맛이 더 많이 났다고 말했다.
테스터들 대부분은 배양 커피가 일반 커피와 유사한 맛과 향을 흉내 냈다는 것에 동의했다. 다만 일반 커피가 갖는 원두의 복잡한 풍미와 맛을 따라가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원두를 볶을 때 갈색 등 진한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과정에서 생기는 특별한 풍미인 '과이아콜(바닐라향)', 고소하면서 캐러멜 향을 내는 '피라진' 등 복합적인 맛의 요소까진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연구팀은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원두 기반 커피의 맛과 냄새는 배양된 세포를 로스팅함으로써 생성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전통적인 커피의 복잡한 맛과 풍미를 끌어내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배양 세포의 가공 기술을 탐구하는 향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 중 하나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950만톤이상이 생산되며 무역 가치는 300억 달러(한화 약 39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시에 커피는 소고기와 치즈 등 동물성 식품과 함께 세계에서 5번째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음식으로 꼽힌다. 커피를 재배하는 데만 3300만톤~1억26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는 한 국가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버금가는 수치다.
또한 소위 '커피벨트'라고 불리는 커피 재배지는 해발고도 1300~1600m 사이 고지이다. 이는 조건을 맞추기 어려워 더 넓은 지역에서 대량으로 키우는데 이럴 경우, 많은 양의 살충제, 농약을 필요로 한다. 결국 이는 극심한 토양오염과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호주의 기후학회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2050년에 커피 재배 가능 지역 절반이 하락할 것"이라며 "2080년에는 야생 커피는 전부 멸종될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