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대증원 여론 부담감 속 의사총궐기대회
총파업 설문 결과는 발표 안해...집단휴진 시사에도 '협상 우선' 입장 유지
일반 국민의 89%가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한다는 설문조사가 나온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여론 부담감 속에 거리 집회를 열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을 재차 규탄하며 집단휴진(파업) 등 단체행동 가능성도 일부 내비쳤다.
의협은 17일 오전 임시대의원총회를 진행한 후 같은 날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의협 등 의사단체가 거리로 나온 것은 앞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던 5월 초 이후 7개월여 만이다.
이날 집회에는 의협 산하 단체와 전국 지역의사회 소속 의사들, 의대생 등 약 700명이 모였다. 집회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이 의료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최후의 수단으로 총파업을 꺼내 들 가능성도 시작했다.
의협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협 이필수 회장은 대회사에서 "의료계는 10여 년 전부터 필수의료 붕괴를 지적했지만,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보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객관성이 결여된 비과학적인 수요조사 결과로 여론을 호도하고 일방통행을 이어간다면 14만 의협회원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선 지난 11일부터 진행 중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조사는 이날 자정 마감할 예정으로, '총파업 찬성'이 대다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의협은 해당 결과에도 곧바로 집단행동에 들어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9·4 합의로 구성한 정부와 의협의 논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협상과 합의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우선, 향후 정부와의 협상에서 이를 활용한 후 실제 총파업 돌입 여부나 시기는 향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싸늘한 국민 여론·정부 '강경대응' 예고에 부담감↑
의대 증원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 대한 부담감이 큰 데다, 정부의 강경 대응 예고 등으로 의사집단 내부에서도 총파업에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같은 날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89.3%가 '의대 증원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노조가 한 달여 전인 지난 11월 4~6일 실시한 동일한 여론조사에서보다 찬성 응답률(82.7%)이 6.6%p(포인트)나 증가했다.
또한, 응답자의 93.4%는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85.6%는 '의협의 진료거부(총파업)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서던포스트가 지난 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6명(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했다.
보건복지부와 여당 등도 의사집단의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원칙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 조규홍 장관은 '관심' 단계의 보건의료 재난위기를 발령하고 “의협의 파업 투표가 매우 부적절하며 국민건강을 위협하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의협은 힘을 자랑할 때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의협 범대위에선 대정부 강경 투쟁을 이끌겠다던 투쟁위원장 최대집 전 의협회장이 '반대 세력'을 비판하며 지난 14일 사임해 내홍 의혹이 제기됐으며, 2020년 당시 단체행동을 주도했던 전공의들도 이번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의사집단이 말하고 있는 '의사 총파업'은 엄밀히 말하면 실제 파업이 아닌 집단 휴진(진료거부)이다. 의협은 노동조합이 아니며 회원 상당수가 개원의에 해당한다. 따라서 집단휴진 시에는 의료법 59조에 저촉되는 '진료거부'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은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고 위반할 경우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조치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