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 다 잘 됐다는데"...성형 후 의사 만나기 왜 힘들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수술 잘하기로 소문났던 선배 의사가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빠르고 깔끔하게 수술해서 수술이 많기로 유명했습니다. 본인이 수술을 잘 한다는 자부심도 대단했습니다. 대형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동안 늘 수술이 많고 바쁘다 보니, 수술 후 경과 환자는 거의 상담 실장이 본다고 했습니다. 이후 이 선배가 혼자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개원 후에 만날 기회가 있어 어떻게 지내는지 여쭤보니 '수술 후 경과 환자를 만나는 것이 가장 힘들다'라고 합니다.
"수술 정말 잘 했다 싶은 분들인데 막상 수술 후에 만나 보니, 이게 불편하다 저게 안 예쁘다 너무 말이 많아서 힘들어. 내가 이렇게 수술을 못 했었나 싶고... 경과 보는 게 제일 스트레스네."
겨울은 성형외과 업계의 '성수기'입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과, 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설 연휴에 휴가를 붙여 쓰는 직장인들이 성형외과를 찾습니다. 그런데 막상 성형외과를 고르려니 어떤 병원 어떤 의사를 찾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수많은 성형 후기들이 넘쳐나지만,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어떤 성형외과를 선택할지에 대해 묻는다면 제가 자주 말하는 '팁' 있습니다.
'수술 후에 오래도록 의사를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첫 이유는 당연히 예상할 수 있듯, 회복기에 의사가 직접 경과를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혹여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조기에 확인하면 훨씬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심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술 후 누구나 힘들고 불안한 시기가 있습니다. 수술 후라 힘들 때는 의사가 괜찮다는 말 한마디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느끼게 됩니다. 심지어 의사를 보기만 해도 나아졌다는 분도 있습니다. 아무리 직원이 잘 챙겨줘도, 의사를 직접 만나는 것을 것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수술 후에 환자를 자주 만나 소통하는 의사의 수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합니다. 모든 수술법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의사가 자기 수술법에 대한 확신이 있더라도 수술 후에 만나는 환자들마다 불평불만이 있다면, 단점이 많은 수술법을 고수하기 힘듭니다.
수술 후 부기가 빠지고 초기의 회복 기간이 지나 최종적인 결과가 거의 나오는 6개월 ~1년 후에 의사를 만나기 힘든 곳들이 있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병원에서는 의사 역시 최종적인 결과를 보지 못하고 초기 결과만으로 수술을 '잘 했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최종 결과를 모른 채 하는 수술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수술을 하는 과정 중에서 성형외과의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수술이 잘 되었는지 의사가 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의사가 보기에 아무리 수술이 깔끔하게 잘 되고 회복이 빨라도, 환자 본인이 '내 마음에 안 들어요.'라고 하면 성공적인 수술이라 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경과 환자를 만나는 것은, 의사에겐 어찌 보면 '평가'를 받는 순간입니다. 의사가 봐선 아주 잘 됐는데 환자 본인이 맘에 안 든다고 하면,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고 낙방한 절망감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런 의사들이 있습니다. 수술 깔끔하고, 피도 안 나고, 부기도 거의 없고, 다 좋은데 '안 예쁜'.
사실, 이런 이유로 수술 후에 환자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성형외과 의사들도 많습니다. 성형외과 환자들이 유난히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이 많고 바빠지면 수술 후 경과 보는 것을 우선 줄이는 의사도 있습니다. 경과 보는 것을 줄이다 보면 꼭 봐야 하는 환자만 보게 되는데, 이런 환자들은 대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긴 분들입니다. 문제가 생긴 분들을 주로 만나다 보면 환자 보는 것이 더 힘들어집니다. '원장님, 경과 환자 있습니다.'라는 말에 깜짝깜짝 놀라는 의사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형외과 의사가 수술 후에 환자로부터 평가를 지속적으로 듣지 않으면, 자기 세계로 빠지기 쉽습니다. 이건 마치 최선을 다해 시험을 쳤으니, 성적 확인은 안 한다는 상황입니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시험을 쳤다고 해도, 출제자의 의도에 맞춘 답을 내어야 시험에서 성공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성적을 확인하고 출제자의 의도에 맞춰 가야 성적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술 후에 만나기 쉬운 의사라면, 경과 환자를 만나는 것에 부담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거두는 의사라고 짐작할 수도 있습니다. 수술 후에 환자를 안 볼 거라고 생각하는 것과, 자주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수술 자세에도 차이를 만듭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성형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게 된 것은 대형 성형외과들의 효율적인 시스템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하지만 '효율'에는 항상 중요한 질문이 따릅니다. '누구를 위한 효율인가?'
대형 성형외과를 '공장식'이라 폄하하기도 하지만, 대형 성형외과가 항상 공장식인 것은 아닙니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수술을 하는 것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곳을 '공장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위 '공장식' 성형외과에서 일하던 지인 의사에게, 코 수술을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가 뜻밖의 대답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응, 한 시간 십분쯤 걸려." 이 의사는 수술을 '시간'으로 사고하고 평가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비용을 낮추는 간편한 수단은 환자와 의사의 소통을 줄이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마도 '공장식'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일 것입니다.
제가 개원을 준비하던 당시의 일입니다. '일 잘한다' 추천받은 상담 실장의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일 잘하신다고 유명하던데요, 어떤 쪽이 강점이세요?"
이 직원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수술 후에 환자 컴플레인은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원장님은 수술 후엔 환자 때문에 신경 쓰실 필요가 없을 거예요."
저도 순간 마음이 혹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일하는 것이 정말 편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 잘하는'실장은 본인 말대로 정말 일을 '잘'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직원과 오래 일하지는 못했습니다. '일 잘하는 직원'이 '수술 못하는 의사'를 만든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눈 테두리가 좀 (너무 쳐지지 않게) 직선라인이 있었음 좋겠다고 했더니 쌍꺼풀 라인을 올려버린 의사... 경과 환자로서 찾아가야 하는 것도 참 스트레스네요. 그냥 그 사람한테 수술을 추가적으로 받고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가야하나 싶기도 하고. 아니 성형외과면 좀 평상시에 잘생기거나 이쁜 눈을 좀 봐둬야 될거고 무엇보다 취향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할텐데 원... 아예 성형외과끼리 만나서 취향에 따른 수술법을 연구했으면 좋겠네요. 남자를 이쁜 눈 만들고 여자를 잘생긴 눈 만드는 의사도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