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비만 퇴치하자...美 새지침 "매년 26시간 의사 만나라"
성장 저해 등 건강에 피해 막심..."행동교정 등 개입 필요"
미국 보건당국이 어린이 비만 퇴치를 위해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내놓는다. 나날이 늘어나는 소아비만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탓이다. 미국에서는 어린이 중 20% 정도가 체질량지수(BMI) 기준으로 과체중 이상이다.
비만은 조기 사춘기를 유발하고, 조기 사춘기에는 뼈가 일찍 성숙해지면서 더이상 자랄 수 없게 된다. 뿐만아니라 정신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하여 평생 동안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방의학, 일차의료 전문가 등으로 이루어진 미국 예방서비스 태스크 포스(USPSTF·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가 12일(현지시간) 새롭게 내놓은 지침 초안에는 의사들이 어린이들 건강 유지와 체중 관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 USPSTF의 지침은 의료진의 치료 결정은 물론 보험 적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가이드라인이다.
미국 뉴스방송 CNN에 따르면 이번 지침은 소아과 의사가 6살 이상의 비만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포괄적이고 집중적 행동 개입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다만 체중 감량 약물 사용이나 수술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올해 초 비만 환자 관리를 위한 자체 지침을 업데이트한 미국 소아과학회는 일부 환자에게 두 가지 옵션을 모두 권장하고 있다,
어린이 BMI 어른과 달라...교육만 잘해도 체중 감량
미국에서 어린이 과체중 판단 기준은 어른과 다르다. 성인의 경우 BMI가 30 이상이면 비만 범위에 속한다. 아동의 경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장 차트를 기준으로 같은 연령과 성별 아동 중 백분위수 95이상에 해당하는 아동을 비만으로 정의한다.
USPSTF 초안에 따르면 집중적 행동개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비만아동과 부모는 1년에 최소 26시간을 보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와 부모에게 건강한 식습관, 안전한 운동 방법, 식품 라벨 읽는 법, 행동 변화 기술, 목표 설정, 식단 및 신체 활동 모니터링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적 부분, 신체활동, 개별 및 그룹 상담 등이 포함된다.
연구 결과 어린이들이 신체 활동 세션과 전문가와의 접촉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체중이 더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컬럼비아 대학 의료 센터에서 소아과 교수인 일레네 페노이 박사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비만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명백히 틀린 생각이었다"면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체중이 변할 수는 있지만, 비만 정도가 심할수록 비만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 지적했다.
많은 소아과 의사들은 제2형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등 이른바 성인병이 있는 어린이들을 점점 더 많이 목격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소아비만에 약물이나 수술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올해 초에 발표된 미국 소아과학회의 가이드라인과 달리, 이 새로운 가이드라인 초안은 비만 아동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활습관 개입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다만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2주마다 클리닉을 찾을 수 있는 환자나 부모가 많지 않으며, 실제 생활습관 교정을 맡을 인력이 충분치도 않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향후 지침이 약물과 수술도 치료 방법으로 언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USPSTF 지침 초안은 수술은 일차 진료환경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에서, 약물은 아직 효과가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권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아비만 환자에게 약물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시카고 앤 앤드 로버트 H. 루리 아동병원 소속 스탠리 만(Stanley Manne) 아연구소의 소아 비만 연구자인 저스틴 라이더(Justin Ryder)는 CNN에 "비만이 있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은 실제로 효과가 있는 치료를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치료법은 약물이 될 수도 있으며, 행동 관리 혹은 수술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지침은 4주 간 온라인에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친 뒤 투표를 통해 확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