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한 관절염 환자, 살 너무 빨리 빼면…일찍 죽는다?”
1년에 체중의 2~10% 빼는 게 좋을 듯…2% 미만이나 10% 넘게 줄이면 사망 위험 ‘쑥’↑
무릎 골관절염이나 고관절(엉덩이 관절) 골관절염을 앓는 비만 환자가 약으로 살을 너무 빨리 빼면 일찍 죽을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중난대 상아병원(Xiangya Hospital, Central South University) 연구팀은 'IQVIA 의료 연구 데이터베이스(IMRD)'의 비만·골관절염 환자 6524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IMRD는 영국 일반의(GP)에게 치료받은 환자의 전자 건강기록 데이터베이스다.
연구팀은 무릎·고관절 골관절염을 앓는 비만 환자가 비만치료제로 살을 빼는 속도와 조기 사망률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1년 동안 체중의 2~10%를 줄인 환자는 체중의 10%를 넘게 줄인 환자에 비해 5년 내 사망률이 28%나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체중의 2% 미만을 줄이거나 체중을 그대로 유지하는 환자에 비해서는 5년 내 사망률이 1% 더 낮은 데 그쳤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지에 웨이 박사(공중보건학)는 ”일부 비만치료제가 무릎·고관절 골관절염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살을 빼는 속도가 느리거나 중간 정도, 즉 1년 동안 체중의 2~10%를 감량하는 정도의 비만 치료제를 쓰면 고관절염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거꾸로 살을 너무 빨리 빼는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는 더 일찍 숨질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 참가자는 40~90세(평균 연령 60.9세, 여성이 약 70%)였고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38.1이고 평균 체중이 104.5kg인 고도 비만 환자였다. 또한 무릎·고관절 골관절염도 앓고 있었다. 이들의 약 90.6%는 비만치료제로 오를리스타트를, 나머지는 시부트라민이나 리모나반트를 1년 이상 복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 환자의 5년내 사망률은 1년 동안 체중의 2~10%를 줄인 환자는 약 4%, 체중의 2% 미만을 줄이거나 체중을 거의 비슷하게 유지한 환자는 약 5.3%, 체중의 10% 이상을 줄인 환자는 약 5.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신 비만 치료제는 기존 약물과 다르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체중 감소율과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이 연구 결과(Weight Loss Induced by Antiobesity Medications and All-Cause Mortality Among Patients With Knee or Hip Osteoarthritis)는 미국류마티스학회가 발행하는 ≪관절염 및 류마티스학(Arthritis & Rheumatology)≫ 저널에 실렸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코스트 메디컬센터 미르 알리 박사(메모리얼 케어 외과 체중감량센터 의료책임자)는 “일반적으로 체중 감량 속도를 기준으로 비만치료제를 분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 뉴스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현재 체중 감량에 가장 효과적인 약물인 위고비, 모운자로는 포만감을 일으키고 위장 비우는 속도를 늦추는 호르몬을 모방한 것이다. 이 때문에 체중이 더 빨리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 박사에 의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오래된 약물은 일반적으로 체중 감소 속도가 더 느리며, 체중 감량 속도를 결정하는 것은 약물뿐이 아니다. 또 신체는 환자마다 약물에 다르게 적응한다. 나이, 성별, 활동량, 지병(기저질환), 특히 섭취하는 음식이 체중 감량에 영향을 미친다. 초기의 비만치료제는 호르몬을 직접적으로 표적으로 삼지 않았기에 체중 감소 속도가 더 느렸다.
역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온라인 체중 감량, 당뇨병 및 심장 건강 클리닉(9amHealth)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아반티카 워링 박사는 “대부분의 비만치료제는 용량 조절로 체중 감량 속도를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치료제의 투여량을 늘리면 체중 감소 속도는 빨라지지만 부작용과 잠재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너무 빠른 체중 감량은 대사 이상이나 영양 합병증까지도 일으킬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