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목소리 들려줬더니..."삐빅, 심부전 입니다"

AI가 목소리 듣자, 심부전 악화·완화 진단...정확도 무려 85%

최근 심부전 발병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 주는 인공지능(AI)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목소리는 다르다.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린 사람은 목이 부어 목소리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이나 성대와는 전혀 관련 없는 질환이라면 인지하기 어렵다. 최근 심부전 발병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해 주는 인공지능(AI)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고려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김응주·이지은 교수 연구팀은 급성 심부전으로 입원한 환자의 목소리를 분석해 폐부종 악화 혹은 호전 상태를 반영하는 음성적 특징을 탐색해 발굴했다. 이때 인공지능 딥 러닝 모델(이하 모델)을 학습시켜 급성 심부전을 초기에 탐지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로서의 목소리의 잠재적 가능성을 살펴봤다.

연구팀은 실제 심부전을 투병 중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모델에게 들려줬다. 그런 뒤 모델은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상태가 악화 중이거나 호전 중인,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 결과 모델이 구분한 각각의 대상에서 85%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다시 말해 각 그룹별로 선별된 환자 100명 중 85명 이상은 실제로 악화하거나 호전 중인 상태를 보였다는 말이다.

급성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저하돼 전신에 혈액이 정체돼 부종을 일으키는 상태로 적시 치료가 중요하다. 특히 폐부종에 의한 호흡곤란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한 경우,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초기에 이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급성 심부전을 모니터하기 위한 방법들은 신체를 직접 절개하는 침습적 방법뿐이라 반복 측정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따라서 비침습적이고 안전하며, 비용이 낮으면서도, 반복적으로 정확하게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했다.

연구를 이끈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급성 심부전을 미리 탐지할 수 있는 비침습적이고 유용한 바이오마커로서 목소리의 활용 가능성과 유용성을 제시했다"며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심부전 환자들이 심각한 급성 심부전에 빠지기 전에 미리 탐지하여 심부전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사망률 감소, 입원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목소리로 우울증을 찾는 연구도

한편 목소리를 이용해 질병을 찾는 연구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최근 인도의 사르다르 발라브하이 국립 공과대학 연구원들은 AI로 630명의 음성을 분석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때 AI가 실험 대상자의 목소리 주파수를 감지해 감기 투병 여부를 판단했다. 그 결과 실제로 감기에 걸린 참여자 111명 중 77~78명을 환자로 분류하는 등 70%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외에도 AI가 목소리나 호흡상태를 통해 우울증 여부를 판단한 실험도 있었다. 미국의 스타트업 '킨츠기'는 목소리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하는 AI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현재 감정에 대해 20초간 AI에게 말하면 우울증이 없는 0단계에서 가장 심한 단계인 21단계까지 우울증 정도를 판단했다. 우울증 정확도는 약 80%로 높은 축에 속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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