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죽이려한 美여성… ‘이것’ 먹고 정신 망상, 무슨 일?

글루텐 섭취 시 비정상적 면역반응 나타나는 셀리악병…드물게 정신병적 증상 나타내

“글루텐 먹고 정신이상”…부모 죽이려한 美여성, 무슨 사연?
글루텐을 먹고 망상을 겪어 부모를 살해하려 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 거주하던 37세의 이 여성이 부모를 살해하려 한 원인은 글루텐 불내증, 즉 셀리악병으로 인한 정신증 증상으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처음 보고됐다. *사진은 실제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편집]
미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으며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던 한 여성이 갑작스러운 환각 및 망상 증상으로 부모를 살해하려 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에 거주하던 37세의 이 여성이 부모를 살해하려 한 원인은 글루텐 불내증으로 인한 정신증 증상으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처음 보고됐다.

망상 시작돼 정신병원 옮겼지만 효과 없어…셀리악병 진단 

최근 영국 일간 더선(The Sun)에 따르면 이 여성에게 첫 번째로 나타난 증상은 가족과 친구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상대로 ‘음모’를 꾀하고 있으며, 그들이 어떤 ‘게임’을 위해 미리 각본이 짜인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밖에도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기도 했다. 도둑질을 하고, 매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으며, 심지어 가족들이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여성은 결국 정신병원으로 옮겨졌고 정신병적장애 진단을 받은 후 항정신성 약물을 처방 받았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고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후 의료진은 그가 미네랄과 비타민 결핍 증상이 있고 약 9kg의 체중이 감소했음을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셀리악병(coeliac disease, 만성소화장애증) 진단을 내렸다.

셀리악병은 밀, 보리, 호밀 등에 들어있는 글루텐을 섭취할 때 면역계가 자신의 신체조직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장 내 영양분 흡수를 저해하는 글루텐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해 나타나는 알레르기 질환으로, 장 내벽이 손상되고 음식에서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게 된다.

국내에선 셀리악병이 거의 드물다. 동양인과 흑인에서는 글루텐 민감성이 크지 않는 반면 서양에서는 3~40%정도가 셀리악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럼에도 셀리악병으로만 진단 받은 환자는 미국에서는 약 1%에 그친다.

글루텐 섭취에 따라 ‘지킬박사와 하이드’ 행동 변화 

셀리악병을 진단 받은 이 여성에게 의료진은 글루텐을 섭취하지 말라고 했으나, 이조차 자신에게 맞서는 음모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그는 의료진의 말을 무시했다. 병원을 나온 후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결국 직장과 집을 잃었고, 친구 및 가족과도 멀어지게 됐다. 노숙 생활을 하던 중 자살시도를 한 그는 다시 정신병원으로 돌아와 그 때부터 글루텐을 제한하는 식단을 시작했다.

이후 상태는 빠르게 호전되어 3개월이 지나자 다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치료를 맡았던 의료진 중 한 명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알레시오 파사노 박사는 글루텐을 섭취할 때와 섭취하지 않을 때의 행동은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았다고 말했다. 치료 중 실수로 글루텐을 몇 차례 섭취한 적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해가 될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했던 것이다.

드물게 셀리악병이 정신질환과도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실수로 글루텐 섭취…부모 죽이려다 감옥에 가

파사노 박사가 이 여성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2016년 1월경 그는 글루텐을 완전히 끊고 증상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글루텐을 섭취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의료진은 정신병적 증상을 유발하는 염증 과정을 연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험을 하기도 전에 그는 실수로 글루텐을 섭취했고, 망상 증상이 돌아와 부모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감옥으로 보내졌다.

그는 더 이상 의료진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 파사노 박사는 “그는 글루텐을 다시 섭취한 후 모든 통제권을 잃었다”면서 “이 젊은 여성을 위해 우리가 뭔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셀리악병과 뇌 및 신경계 문제를 연결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파사노 박사는 인간의 면역체계에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셀리악병 환자가 글루텐을 섭취하면 보통 장에 염증이 생긴다. 파사노 박사는 이 사례의 여성과 같은 일부 경우 글루텐으로 유발된 염증이 장을 넘어 뇌로 이동하며, 그로 인해 일종의 정신병적 망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염증의 위치와 발생한 기간과 같은 요인에 따라 단기기억 상실과 같은 가벼운 증상에서 발작과 같은 심각한 증상까지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여성의 사례는 매우 극단적이며 독특한 경우라고 덧붙여 말했다.

셀리악병, 글루텐 섭취 철저히 피해야…소량만 섭취해도 합병증 위험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에 의하면, 셀리악 병의 증상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하며 증상은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경증인 경우 눈에 띄는 증상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다른 질환에 대한 검사를 하는 중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없더라도 여전히 합병증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설사는 셀리악병의 흔한 증상이다. 소장이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 나타난다. 영양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않아 변에 지방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변 냄새가 지독하고, 기름이 많으며, 거품이 보일 수 있다. 기타 장 관련 증상으로는 복통, 복부팽만 및 방귀, 소화불량, 변비, 구토 등이 있다.

보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극심한 피로(철결핍빈혈, 비타민B12 또는 엽산결핍성빈혈의 징후일 수 있음), 알 수 없는 체중 감소, 가려운 발진(포진피부염), 불임, 손발 저림 및 무감각(말초신경병증), 협응 및 균형, 언어 문제(운동실조) 등이 있다.

대부분의 셀리악병 환자는 철저한 식이조절을 통해 수 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글루텐을 섭취하면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글루텐이 함유된 음식을 중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NHS에 의하면, 글루텐을 조금은 먹어도 해롭지 않다는 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오해하는 부분이다. 소량만 섭취해도 증상이 유발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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