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님 나가신다'···제약업계 유튜브 열전
최호진 동아제약 부회장 고정 출연...유한양행 '건강의벗' 구독자 19만 넘어
"어렸을 때는 별 거 아닌 일에도 꺄르르 웃었는데 지금은 별 거 아닌 일에도 화가 나지 않나요? 잃어버린 동심을 찾으며 다시 웃을 준비를 해봤으면 합니다. 갑자기 누군가 왜 웃냐고 물으면 영어로 되물어 주세요. '와이키키'라고."
동아쏘시오그룹 유튜브 영상 '호진담소'에서 최호진 동아제약 부회장이 구사한 유머다.
보통 제약회사 유튜브 채널은 기업소개 영상이나 자사 의약품 TV광고를 게시하는 정도로 관리돼 특색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몇몇 제약사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실어 유튜브 시청자나 직원과 소통하는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최호진 부회장이 고정 출연하는 동아쏘시오그룹 채널의 '호진담소'도 그 중 하나다. 그의 이름을 딴 호진담소는 ‘호기심과 진심을 담은 소식통’이라는 의미라지만, 사실 최 부회장과 담소를 나누는 듯한 형식의 영상들이 주를 이룬다. 최 부회장이 직원들과 함께 ‘남의 행복’, ‘감각 키우기’ 등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직원들의 고민에 대한 의견을 건네기도 한다. 업로드 주기는 월 1회 정도다. 대표가 직접 나서서 직원들이나 구독자와 소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아약보'는 현직의사들이 건강정보를 소개하는 인터뷰 형식의 콘텐츠다. 매달 지면으로도 발행된다. 최근에는 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에 나왔던 개그우먼 홍현희의 전 매니저인 황정철 트레이너가 나와 근육 건강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
동아제약은 의약품을 소개하면서 시청자와 소통하는 오피셜(OFFICIAL) 채널과 동아쏘시오그룹 채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동아제약과 동아쏘시오그룹 채널의 구독자 수는 6일 기준 각 2만9500명, 1800명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동아제약 오피셜 채널은 소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더 활발하게 할 계획이고, 그룹 채널을 통해서는 동아쏘시오그룹의 가치와 소식을 임직원과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 유튜브 구독자가 가장 많은 회사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이 운영하는 채널 ‘건강의 벗’의 구독자는 19만1000명인데, 회사 이름은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채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년 만에 급성장했다. 프로그램 이름은 유한양행이 1960년부터 발행하는 무가지 ‘건강의 벗’에서 따왔다. 대표 콘텐츠로는 ‘건강백과사전’, ‘닥터유의 건강이야기’, ‘약사용설명서’ 등이 있다.
건강백과사전은 50만 유튜브 채널 ‘세상의 모든 지식’과 협업해 만드는 콘텐츠다. 질병 뿐 아니라 와인, 위스키, 김치 등 다양한 주제를 그림을 그려서 풀어낸다. 스토리가 있고, 애니메이션 형식이라 만화 보듯 시청할 수 있다.
닥터유의 건강이야기는 순천향대학교 부속 서울병원 유병욱 교수가 진행하는 콘텐츠로,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가 될까?’, ‘건강검진의 모든 것’ 등 구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의료 정보를 쉽게 풀어 설명한다. 유한양행은 이외에도 홈트레이닝을 보여주는 ‘건강운동법’과 건강 요리법을 다루는 ‘헬씨 푸드’ 등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선사하고 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건강의 벗은 전문가들이 평소 궁금해하는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므로써 건강과 함께 행복도 챙겨드리는 채널”이라며 “구독자들이 건강의 벗과 함께 활력 있고 건강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령의 '어서와보령'은 구독자 약 1만6700명을 보유하고 있다. 제약회사답게 ‘암유어닥터’, ‘닥큐멘터리’ 등 의사들이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도 있지만, 보령에서만 볼 수 있는 영상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오디오북 콘텐츠인 ‘보령수필낭독회’다. 보령은 생명의 소중함과 사랑의 의미를 알리고자 ‘보령의사수필문학상’을 2005년 제정하고, 매년 수상하고 있다. 낭독회는 이 수상작들을 목소리로 읽고, 수어로 보여준다. 의료진이 직접 읽어주는 경험담에 아픈 가족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댓글로 감사를 표현하는 이들도 적잖다. 대부분 목소리에 진심이 느껴져 마음을 울린다는 평가다.
보령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강을 옮겨 놓은 '명사를 만나다'도 있다. 김창옥 강사, 유현준 홍익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등 유명 인사들이 초대돼 직원들에게 인사이트를 전했다. 조직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구독자에게도 특별한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일석이조 콘텐츠라는 평가다.
보령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건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건강을 책임지는 제약사의 역할을 유연한 방식으로 풀어낸 채널”이라며 “명사를 만나다' 등의 콘텐츠는 조직문화 개선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단순한 홍보 채널이 아닌 경영의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