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서 '삐' 소리, 숨겨진 청력 손실 때문일 수도?
미세한 청각신경 손상과 그로 인한 뇌간 활동 증가 발견
지금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이명이 ‘숨겨진 청력 손실’로 인해 발생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표준 청력검사를 통과할 정도는 되지만 귀 내부 미세한 청각신경이 손실될 경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언틱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이튼-피바디연구소(EPL)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WebMD)가 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명은 외부로부터 별다른 청각 자극이 없음에도 귀에서 ‘삐’ 혹은 ‘윙’ 하는 잡음, 귀뚜라기 우는 소리, 바람 소리 등이 들리는 증상이다. 전 세계 성인의 10%가량이 이명을 앓는다는 것은 밝혀졌지만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통적 믿음은 이명은 이미 청력을 잃은 사람들에게서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표준 청력검사를 통과한 사람 중에서도 이명을 겪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이명은 때때로 사람들이 더 이상 없는 팔다리에 통증을 느끼는 환상사지 증후군과 비슷한 환청 효과로 보기도 한다. 뇌가 청력 상실을 보상하기 위해 뇌 활동을 증가시켜 ‘유령 소리’를 감지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청력 연구기관인 EPL의 연구진은 이명을 경험한 적이 없는 201명, 일시적인 이명을 경험한 적이 있는 64명, 6개월 이상 지속적인 이명을 경험한 29명 등 총 294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여러 청각 검사를 실시했다. 삐 소리가 들릴 때 손을 들어 감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를 측정하는 순음검사(pure tone test)도 그중 하나였다. 또 달팽이관이 위치한 내이(단단한 뼈에 둘러싸인 귀 안쪽 기관), 청신경, 뇌에서 딸깍하는 소리에 대한 반응을 전극으로 측정했다. 두 번째 테스트에서 이명이 있는 사람들의 청각신경 반응 감소와 뇌간(brainstem) 활동 증가가 발견됐다.
연구 책임자인 EPL의 스테판 F. 메종 수석연구원은 “우리 연구는 정상적인 청력을 가진 사람들을 포함하여 청각 신경의 상실로 인해 이명이 유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연구를 “이명을 잠재울 궁극적인 목표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명은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성가시게 만드는 것 외에도 많은 환자를 쇠약하게 만들고, 수면 부족, 사회적 고립,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하며 업무 수행에 악영향을 미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면서도 “이명 발생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완전히 이해해야 이명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3-46741-5)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