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컷건강] 데이팅앱으로 만나 매독 걸려...국내 환자수는?
국내 매독환자수 불분명...내년 1월부터 표본감시에서 전수 감시로 전환
한컷건강 한줄평 : 순결의 매화꽃은 어쩌다 '문란의 독'이 되었나
매독(梅毒, syphilis)은 몸에 발진과 피부궤양이 마치 '매화꽃이 핀 것'처럼 나타난다고 매화 매(梅)를 사용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매화꽃처럼 피어나는 독, 뜻은 어딘가 아름답기만 한데 무서운 성병이지요. 최근 일본 미국 등에서 매독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도 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몇십년 전 만해도 위생관념이 부족하고 매춘 등이 남아 있던 시절, 매독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했던 대표적 성병입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람들의 위생 의식과 매춘 인식이 달라지면서 매독은 한동안 잊혀진 단어이기도 했지요.
요근래 매독이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잦아들 던 때, 데이팅앱 이용자들이 증가했고, 낯선이들과의 성관계도 늘어남에 따라 잠복한 성병들이 지금 활개를 치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것이 미국과 일본의 원인 진단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남자 한명에 의해 5명의 여성이 동시에 매독에 걸린 사례도 보고 됐습니다. 이 중 여성 3명은 온라인 데이팅앱으로 그를 만나 관계를 맺었다고 하지요. 물론 성매매를 통한 감염, 이와 관련 없는 감염, 선천성 매독도 증가추세입니다. 일본은 3년 연속 환자 최다치 경신 중이라고 합니다.
매독이나 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 등 성 매개 감염병은 주변국 발생 상황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여행이 활발하게 재개되면서 국가 이동으로 성(性)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형성됐습니다. 분명 우리나라에서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매독 환자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매독 감시 체계는 표본감시인 4급 감염병에 머물러 있습니다. 2020년 질병관리청이 매독 신고(1·2기, 선천성 매독)를 표본감시로 전환한 후의 추세를 보면 2020년 354건, 2021년 337건, 2022년 401건, 올해 2023년 전달 10월까지 342건입니다. 두 달이 남아 있는 시점에서 전체 연도 수치 2020~21년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 볼 수 있습니다.
표본감시이기 때문에 실제 매독환자 수와는 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표본감시는 질병청이 지정한 전국 병·의원 및 보건소 등 572곳의 표본 감시기관에서 매독이 발생하면 신고하는 형태입니다. 나머지 기관 등에서 환자가 나와도 집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매독이 늘고 있다는 ‘국가적 감지’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표본감시 대상인 4급 감염병에서 전수감시 대상인 3급 감염병으로 지정됩니다. 전수감시 대상이 되면 모든 병의원은 매독환자를 의무적으로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합니다. 매독감염자 수가 더 정확하게 집계되면, 그에 대한 보건의료 정책이나 진료 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도록 나아가야겠지요.
중요한 것은 매독에 대한 ‘개인적 감지’입니다. 둥글고 작은 피부 궤양이 온몸에 통증없이 나타나면 1기입니다. 이 궤양이 일어나기 까지는 10~90일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빠르게 감지할수록 치료가 가능합니다. 매독의 증상이 있으면 성관계를 피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증상을 무시하고 성관계를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매독은 퍼져갑니다. 방치하게 되면 매독균이 장기와 신경, 뼈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늦겨울에서 이른 봄까지 꽃을 피는 매화는 그 꽃말이 순결, 고결한 마음, 기품, 결백이라고 하죠. 매독이 꼭 문란함을 일컫는 것은 아니지만, 꽃말과는 사뭇 반대의 의미가 새겨져 있네요. 겨울의 시작에서 때아닌 ‘매화꽃처럼 피어나는 독’에 마음과 몸이 상하는 일이 없도록 ‘개인 감지력’을 잘 작동시켜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