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성장 주축 리더십' 강화...“난임·항암 두 토끼 다 잡겠다"
[바이오VIBE]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크리스토프 하만 대표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현재 진출한 사업에서 리더가 되는 ‘집중화된 리더십(focused leadership)’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크리스토프 하만 대표는 최근 코메디닷컴과 만난 자리에서 제약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머크 그룹은 일렉트로닉스, 라이프 사이언스, 바이오파마(헬스케어) 세 가지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바이오파마 부문은 그룹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사업부로 평가된다.
하만 대표는 경제학 전공자로 금융과 컨설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2009년 머크 그룹에 합류했다. 머크 바이오파마 한국법인의 제너럴 매니저(GM)로 부임한 지는 올해로 1년이 됐다. 그는 "투자와 컨설팅 분야에 근무할 당시에는 주 업무가 각 기업들이 가진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진단하는 것이었다"며 "머크를 포함한 상당수의 회사들이 많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었고 컨설팅을 진행하면서 처음 연을 맺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제약 분야는 지속 가능한 혁신 산업에 속한다"며 "복잡한 규제로 인해 혁신 달성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생명의 탄생과 유지, 그리고 연장을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산업 분야"라고 강조했다.
3년 전 한국머크 바이오파마는 ‘비전 선포식’을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Care) 분야의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공언한 바 있다. 목표를 1년 앞둔 현재 성과에 대해서는 이렇게 진단했다.
하만 대표는 "머크의 목표는 매 분기 주가를 극대화하고 전 세계 제약산업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두고 있다"며 "이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도 사업부 중 가장 매출이 큰 바이오파마에 집중한다는 투자 방침 또한 가지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이어 "현재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은 희귀난치질환을 포함해 전문적 처방이 필요한 분야를 ‘스페셜티 케어’로 지정하고 면역항암·종양, 신경면역, 난임, 내분비까지 4개 사업분야에서 리더십을 가지고자 한다"며 "머크는 그 중 난임과 다발성 경화증 치료 분야에 명실상부한 리더 자리에 올랐으며 추가적으로 종양 분야에서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난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도적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는 상황이다. 머크는 올해 5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낮은 출산율 이슈를 고찰하고 민간, 공공부문, 학계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저출산 대응 이니셔티브인 ‘퍼틸리티 카운츠(Fertility Counts)’를 출범하기도 했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도 직원들의 의료 검진 시 난소 나이검사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내년 1월부터는 고가의 난임 시술 혜택을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가임 지원 프로그램’을 한국에서도 시행할 계획으로, 혼인 여부나 나이,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직원들이 지원받을 수 있다.
하만 대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며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이나 복지 혜택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 올바른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맞벌이 부모도 아이를 가질 수 있고 편하게 지원을 받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회사가 주도해 문화를 조성하는 머크의 노력들이 한국의 다른 기업들에게도 모범 사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출산 문제는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은 물론 정부, 교육 시스템 등 한국 사회 전체가 협심해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하만 대표와 일문일답.
Q. 다양한 국가에서의 근무 경험에 비췄을 때 한국 시장만의 특징이 있다면?
하만 대표- 한국은 전 세계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에도 선진화된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과학적 근거를 중시하는 의료진의 수준도 매우 높은 매력적인 제약시장이다. 글로벌 본사에서도 신약 출시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머크 임상연구 참여 기관의 약 30%가 한국에 집중된 상황이다.
Q. 머크는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과도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투자와 협력에 유독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만 대표- 머크는 전 세계 다양한 외부 파트너 및 학계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우선 순위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의 경우 실제로 많은 혁신이 이뤄지고 있고, 디지털 기술이나 창의성 등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동기 부여도 상당히 잘된 곳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엔케이맥스와 같은 한국 바이오텍 기업들과 다양한 임상연구를 진행 중이다.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협력을 계속할 것이고 결국 그 끝에 돌파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대다수의 경우 혁신에 투자를 해도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의 신약을 얻기 위해서 수백, 수천 개의 성분과 물질들을 살펴봐야 하는 임상시험과도 유사하다.
회사 내 한 사람의 아이디어만으로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두개의 아이디어로는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혁신을 위해서는 우선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혁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및 탐색은 머크의 미래 혁신을 위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Q. 집중화된 리더십을 통해 성과를 도출한 의약품을 꼽는다면.
하만 대표- 머크는 진출한 모든 영역, 특히 스페셜티 케어 분야에서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다. 실제 성과를 평가한다면 난임 분야에서는 '고날에프', 신경면역 부분에서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인 '마벤클라드'가 있다. 직장암 분야에 있어서는 '얼비툭스'가 중요한 치료 옵션이라고 생각을 한다. 또 성장호르몬 분야에 '싸이젠'도 전 세계 주사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이다. 항암제 '바벤시오'도 급여화가 되면서 요로상피세포암 표준 치료제로 자리를 잡게 됐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요로상피세포암은 치료 옵션이 화학 요법뿐이었으나, 바벤시오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Q. 현재 많은 신약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보험 급여를 획득해야 실질적으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국내 급여 등재에 관한 의견이 궁금하다.
하만 대표- 다른 국가와 비교해 급여 승인 절차에 시일이 오래 걸린다는 과제가 있다. 신약이 글로벌 첫 출시 후 한국에서 급여를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총 46개월로, 약 4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출시된 신약 중 33%만이 한국에 허가를 받았다. 한국 정부와 정책 당국의 노력은 감사하지만, 이러한 낮은 신약 접근성은 선진화된 의료체계를 보유한 국가에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주요 문제라고 생각한다.
머크는 국내 환자를 위해 지난 1년간 혁신 신약 도입에 최선을 다했고, 급여 등재에 성공한 사례들도 있다. 1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마주했던 첫 과제는 얼비툭스의 3차 위험분담제(RSA) 계약 협상이었다. 머크는 RSA를 3번째로 협상하는 최초의 기업이었고, 정부와의 지속적인 소통과 노력 끝에 RSA를 체결함으로써 얼비툭스를 한국 환자들에게 계속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올해 8월 1일부터 면역항암제 바벤시오가 요로상피세포암 1차 치료에서 보험급여를 적용받게 됐다. 2020년 6월 백금기반 화학요법치료에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 혹은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의 1차 단독유지요법으로 식약처 승인을 받은 지 2년 만에 이룬 쾌거다. OECD 국가의 경우 항암제 신약이 허가부터 급여등재까지 약 8개월(245일)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소 오래 걸린 것 같지만, 한국에서 항암제의 급여는 평균 2년 8개월(31.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르게 바벤시오의 급여적용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텝메코의 급여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약가참조국인 A8 국가 중 6개 국가(미국, 영국, 일본,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에서 텝메코는 이미 급여 적용이 된 상황을 감안한다면 한국에서 텝메코의 급여화는 상당히 진행이 느린 편이다. 급여 등재가 지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14개 주요 상급종합병원의 약사위원회를 통과했는데, 이는 곧 임상현장에서 텝메코 치료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의료진과 환자가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급여 도전에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한국은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난임 치료 분야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겼나.
하만 대표- 저출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로, 난임 분야의 시술 등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난임 시술이 늘어나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만혼 현상을 고려하면, 난임 치료 분야에서 기술적인 혁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머크 역시 코로나19 당시에는 난임 분야에서의 혁신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현재는 다시 강화되고 있다. 우수한 난임 치료제를 국내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단백질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진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 결합된 과배란 유도 주사제인 '퍼고베리스'의 급여화에도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