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안먹어”…임종환자 자발적 단식, 평온한 죽음 맞을까?

네덜란드, 죽음 앞당기기 위해 ‘자발적 단식’ 택한 환자도 의사가 돌봐줘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삶을 마감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치료 등으로 삶을 연장하는 ‘연명 의료’의 손길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네덜란드의 ‘자발적 단식’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네덜란드에서는 자신의 삶이 완성됐다고 느끼는 일부 환자들이 스스로 음식과 물을 끊고 의사의 돌봄을 받을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의료센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부 환자가 죽음을 앞당기기 위해 스스로 음식 섭취를 중단하는 ‘자발적 단식’을 하고 있으며 통상 일반의사가 이들 환자를 돌보고 있다.

자발적 단식(VSED, Voluntarily Stop Eating and Drinking) 환자는 비교적 평온한 임종을 맞는다. 하지만 섬망(급성 의식장애), 불면, 통증, 갈증 등으로 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에바 엘리자베스 볼트 박사(공중보건·산업보건)는 “자발적 단식을 택하는 환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나이든 환자, 자연스러운 죽음을 원하는 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삶을 마감하려는 환자 등 크게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자식 등 가족의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일부 노인 환자와 일부 수도승이 곡기(음식과 물)을 끊는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예전 지방 시군의 동네에선 “곡성댁이 곡기를 끊은 지 나흘이 지났다는구먼”이라는 식의 소문이 퍼졌고, 거론되던 환자는 얼마 후 세상을 뜨곤 했다.

암스테르담대 연구팀은 일부 환자가 ‘자발적 단식(VSED, Voluntarily Stop Eating and Drinking)을 택하는 동기와 결정 방법, 자발적 단식을 준비하는 방법, 다른 사람의 참여 방법을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팀은 네덜란드에 거주하는 환자 29명을 대상으로 질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 가운데 24명이 자발적 단식을 시작했고 19명이 숨졌다. 연구에는 환자 17명, 비공식 간병인 18명, 전문 간병인 10명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죽음을 앞당기기 위해 자발적 단식을 하기로 한 환자는 세 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룹은 자신의 삶이 완성됐다고 생각하고 임종에 대한 통제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노인 환자다. 이들은 자발적 단식을 수행할 준비가 비교적 잘 돼 있었다. 가족 친지 등이 겪게 될 정서적 부담도 적은 편이었다.

두 번째 그룹은 삶의 질이 좋지 않아 간병에 의존하는 노인 환자다. 이들은 갑자기 자발적 단식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종 계획의 준비와 ‘단행’을 대부분 비공식 간병인에게 의존했다. 세 번째 그룹은 대부분 젊은 정신과 환자다. 이들은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통제하고 싶다는 의지를 오래 전부터 갖고 있지만 종종 마음의 변화를 일으켰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비밀스럽게 준비하거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이 의향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 임종 과정의 환자가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치료 등 자신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생명연장 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다. 국내에선 19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이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는 존엄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와 연결된다.

연구팀은 “빨리 생을 마감하려는 환자들의 동기가 다양하므로 선택 이유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 특수 지침을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Patients Who Seek to Hasten Death by Voluntarily Stopping Eating and Drinking: A Qualitative Study)는 미국가정의학회 저널인 ≪가정의학 연보(The Annals of Family Medicin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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