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위험 꺾인다"...당뇨환자 '노담' 효과 얼마나?
고혈당 환자의 흡연과 췌장암 위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
최근 국내 연구진이 고혈당 환자의 흡연 상태(흡연 또는 금연)와 췌장암 위험성의 연관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혈당이 높은 사람은 췌장암 위험도 크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있다. 다만 이들이 흡연 또는 금연을 했을 시 췌장암 위험도가 얼마나 달라지는 지 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박주현 교수 연구팀은 췌장암 위험이 높은 당뇨병 전단계·당뇨병 환자가 흡연할 경우 췌장암 위험이 매우 높게 증가한 반면, 금연했을 시 췌장암 위험이 비흡연자에 가깝게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 당뇨병 전단계(공복 기준 혈당 100~125mg)·당뇨병(126mg 이상) 환자는 일반인(70~99mg)보다 혈당이 높아 고혈당 환자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 정보를 활용해 952만 명에서 발생하는 췌장암 위험을 흡연과 금연 상태에 따라 분석했다. 그 결과 2010~2018년 총 1만5245명이 췌장암을 새롭게 진단받았으며, 그중 혈당이 높은 사람들이 흡연할 경우 췌장암 위험이 매우 높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때 정상 혈당인 사람이 흡연을 하면 췌장암 위험이 1.5배 증가했지만 당뇨병 전단계 및 당뇨병 환자가 흡연을 하면 그 위험이 각각 1.8배, 2.7배로 증가했다. 반면 혈당이 높더라도 금연을 한 경우, 특히 1년 동안 하루 한 갑 이하로 비교적 짧은 기간 흡연했다가 금연한 경우에는 췌장암 위험이 비흡연자와 거의 비슷하게 감소했다.
연구를 이끈 박 교수는 "췌장암 위험이 높다고 알려진 혈당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금연의 이득이 매우 크다"며 "흡연을 할 경우 췌장암 위험이 매우 높게 증가하나, 그렇게 높게 증가한 위험을 금연으로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흡연 기간이 짧은 경우 금연을 했을 때의 이득이 더 분명했으므로 이른 시기에 금연을 하려는 노력이 췌장암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약 10% 미만으로 매우 낮다. 다만 조기 증상이 없어 대부분 전이가 진행된 뒤 발견돼 절제 수술 비율도 20%일 만큼 예후가 나쁘다. 또 췌장암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다. 국내의 경우 2016년 1만6086명에서 2020년 2만818명으로 약 30% 증가했고 같은 기간 건강보험 총진료비는 1515억원에서 2789억원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종양학 학술지인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저널 《Journal of the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Impact Factor = 13.4)》 올해 11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