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호르몬 '그렐린', 다이어트의 적? 대체 뭐길래
허기짐 느끼게 해 음식 섭취 유도, 수치 계속 높으면 문제...규칙적 식사 중요
왜 끼니 때만 되면 배가 고플까. 허기짐을 느끼게 해 음식 섭취가 필요한 순간임을 알려주는 주인공, 바로 '그렐린' 때문이다.
그렐린은 '배고픔 호르몬', '공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는데 에너지가 필요할 때 배고픔을 느껴 음식을 섭취하게 유도한다. 식욕을 높이니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적으로 여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문제는 그렐린 수치이지 그렐린 자체는 아무 문제도 없고 오히려 신체 건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가 소개했다.
성장호르몬 분비 촉진, 신진대사에도 도움
그렐린이 없어 인간이 허기짐을 느끼지 못했다면 필요할 때 제대로 영양분과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해 대부분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게다가 그렐린은 뇌화수체가 성장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촉진하고 인슐린 생성에도 영향을 줘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 식사 전 위 운동성을 높이고 위산 분비를 증가시켜 소화를 돕고 에너지를 사용하고 저장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등 신진대사에도 관여한다.
그렐린은 일반적으로 식사 전 혈중 수치가 가장 높아졌다가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섭취하고 나면 다시 수치가 떨어진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식사를 한 후에도 일시적으로 그렐린 수치가 높아 계속 허기짐을 느끼는 경우다. 계속 배가 고프니 자꾸 더 먹게 되고 그러다 보니 체중 감량을 방해함은 물론 오히려 몸무게가 느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그렐린이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먹는 행위를 유도한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뉴런(Neuron)에 게재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 연구에 따르면 배부른 쥐와 배고픈 쥐들의 행동과 뇌 영상을 비교한 결과 보통의 쥐는 먹이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배고픈 쥐는 해마 뇌세포 활동이 줄고 혈중 그렐린 수치가 높아 바로 먹이를 먹었다. 연구진은 평소에는 해마가 과식을 막으려고 본능을 막고 있지만 배가 고프면 호르몬이 뇌에 작용해 바로 음식을 먹게 된다며 인간도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적당히' 유지하려면, 규칙적 패턴 중요
그렐린이 식욕과 음식을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인 만큼 적당한 체중과 건강을 위해서는 그렐린 수치가 '건강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게 좋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렐린 수치를 '낮게' 만드는 것이 아닌 높아진 수치를 '적당하게' 낮추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렐린 수치가 너무 낮으면 일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또 많으면 거식증, 염증성 장질환, 근육 약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렐린 수치는 얼마나 많이 먹느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변화한다. 따라서 허기짐이 느껴질 때 물을 마시거나 고단백 음식을 먹어 과도하게 높아진 그렐린 수치를 조절하면 좋다. 수분이 부족하면 그렐린 수치가 올라가고 수분이 적절하게 공급되면 수치가 낮아진다. 또, 건강한 탄수화물을 포함한 고단백 식단이 고지방 식품에 비해 그렐린 수치를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생활 패턴이다.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건강한 식단,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호르몬의 규칙적 분비에 도움이 된다. 불규칙한 식사 패턴이 지속되면 길어진 공복에 당황한 몸이 에너지를 아끼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그렐린을 계속 생성할 수 있다.
식욕 억제 호르몬, 렙틴
그렐린과 함께 언급되는 또 다른 식욕 호르몬이 있다. 바로 렙틴이다.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나선형 단백질인 렙틴은 그렐린과 달리 뇌에 배부름 신호를 보내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렙틴은 그렐린과 반대로 수치가 높으면 식욕이 떨어지고 낮으면 자꾸 뭔가가 먹고 싶어진다. 보통은 체지방이 늘면 수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지만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오히려 수치가 떨어져 체중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렐린과 렙틴이 식욕을 높이고 줄이는 역할을 함께 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