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평균 수명, 도대체 몇 살?

영국 연구 결과 “자폐환자 수명,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길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의 수업 장면. 자폐 자녀를 둔 부모는 "우리 아이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는 말을 버릇처럼 되뇐다. 이들 환자의 평균 수명이 과거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길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폐스펙트럼장애(ASD) 환자의 평균 수명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은 영국 환자 2만3580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학습장애가 없는 ASD 환자의 평균 수명은 남성 74.6세, 여성 76.8세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학습장애가 있는 ASD 환자의 평균 수명은 남성 71.7세, 여성 69.6세였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할만한 통계는 찾기 힘들다. 종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평균 수명은 약 54세로 일반인에 비해 약 16년 더 짧다. 이 연구는 한참 전에 수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출처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학습장애가 있는 환자의 평균 수명은 39.5세에 그치며 학습장애가 없는 환자의 평균 수명은 약 58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1989~2019년까지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진단받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같은 연령, 성별의 사람들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환자의 평균 수명은 영국인의 일반적인 기대수명(남성 약 80세, 여성 약 83세)보다는 상당히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조쉬 스톳 교수(심리학·언어과학)는 “우리가 아는 한, 자폐스펙트럼장애 자체가 기대수명을 직접적으로 줄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폐 환자는 그들이 겪는 건강 불평등 탓에 평균 기대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톳 교수는 “이는 영국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기대수명과 손실된 삶의 연수를 추정하는 최초의 연구 결과다. 여기서 나온 평균 수명 추정치는 자폐 환자의 평균 수명이 16년 더 짧다고 널리 알려진 종전 통계에 오류가 있을 확률이 아주 높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영국의 실제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수는 국가보건정책 문서에 자주 인용되는 수치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평균 기대수명 감소를 과대평가했을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미국 자폐스펙트럼장애협회 주디스 브라운 박사(증거 및 연구 책임자)는 “일반인과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의 평균 수명 차이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적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들을 위한 배려와 사회정책이 더 많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국내에서 법적으로 등록된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환자는 2022년 현재 3만7603명이다. 2018년(2만6703명)보다 약 70%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연구 결과(Estimating life expectancy and years of life lost for autistic people in the UK: a matched cohort study)는 국제학술지 ≪란셋 지역건강-유럽(The Lancet Regional Health – Europe)≫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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