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영양제 먹으면 정말 스트레스 '싹' 사라질까?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스트레스 영양제. 온라인
검색창에 입력하면 무수히 많은 영양제가 있다. 그런데, 스트레스 영양제를 먹으면 진짜 스트레스가 사라질까? 안타깝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스트레스 원인을 없애지 않는 한 스트레스는 계속 존재할 테니 말이다. 그럼, 스트레스 영양제의 역할은 뭘까?
급성 및 만성 스트레스에 따른 몸의 생리적 변화
약간의 스트레스는 업무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스트레스를 마주하면 부신수질에서 분비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의 작용으로 스트레스 대응에 중요한 기관의 활동을 높이는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빠르고 민첩한 판단과 대응을 위해 뇌와 근육의 혈류가 증가하고, 비상식량으로 저장된 간과 근육의 글리코겐을 분해해 혈중 포도당을 늘려 뇌와 근육의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심장박동과 호흡을 늘려 뇌와 근육으로 혈액과 산소가 충분히 그리고 빠르게 공급해 스트레스, 즉 위기상황 대응 능력을 높인다.
덜 중요한 소화기관 혈류 감소로 소화불량이 생길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우리 몸 입장에서 우선순위는 아니다. 즉각적인 스트레스 대응은 에피네프린이 일으키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솔이 관장한다. 코티솔은 지방조직 및 불필요한 근육단백질을 분해해 간에서 포도당을 새롭게 생성하고, 분해된 지방산을 다른 조직의 연료로 공급한다. 또한, 인슐린의 기능을 상쇄해 전반적으로 혈중 포도당 수준 유지 및 글리코겐 저장량 향상으로 장기 스트레스에 몸이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문제는 만성 스트레스, 과도한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로 버티는 건 결국 내 몸을 손상시키는 것
하지만 만성 스트레스로 코티솔 분비가 장기화되면 문제가 생긴다. 계속된 스트레스 대응으로 생리적 균형 유지 기능이 망가지고 과도한 조직 분해로 근육과 뼈가 손상되면서 기운이 없고 피로감을 쉽게 호소한다. 내분비계 손상으로 수면리듬이 깨져 회복능력 저하로 우울감, 기억력 및 인지력 저하 등 정신신경계 문제는 물론 면역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보통 우리가 스트레스로 힘들고 피곤할 때 먹는 비타민과 미네랄은 우리가 음식으로 얻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또는 체내 조직이 분해된 포도당이 더 효과적으로 에너지로 전환되도록 돕는다.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절한 식사나 휴식 없이 고함량 비타민과 미네랄만 계속 먹으면서 버티는 건 결국 내 몸을 손상시켜 스트레스에 대응할 힘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미 주말이나 휴일에 푹 쉬어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거나 몇 달 이상 피로가 이어지면서 집중력 저하나 기억력 장애 등 일상 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 스트레스 영양제를 구매할 게 아니라 우선 전문가와 정확한 상황을 평가하는 게 필요하다.
스트레스 영양제는 스트레스에 부드럽게 반응하도록 돕는 것
국내 스트레스 영양제는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완화 또는 피로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으로 허가된다. 긴장완화로 허가된 것은 테아닌(L-테아닌), 유단백가수분해추출물, 아쉬아간다추출물이 있고 피로개선으로 허가된 것은 홍경천추출물이 있다. 각 원료의 작용방식은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몸의 생리적 변화가 과도하게 일어나지 않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로 생각이 많아서 잠들기 어려울 땐 일반 수면건강 영양제보다는 스트레로 인한 긴장 완화에 도움을 주는 테아닌이나 아쉬아간다추출물 섭취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홍경천추출물은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되는 과도한 코티졸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스트레스로 인한 체력적 및 심리적 소진 반응을 완화해 피로감 개선을 돕는다. 스트레스 개선 목적으로 많이 쓰이는 미네랄 마그네슘은 통증 및 흥분신호를 전달하는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하고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의 작용을 늘림으로써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한다.
즉, 스트레스 영양제는 전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마주했을 때 몸의 과도한 긴장이나 소진 반응을 줄여 2차적인 스트레스 관련 문제 관리에 도움을 준다. 그래서 개인의 특성이나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도움이 되지만, 스트레스 영양제에 의존한 채 스트레스 원인을 방치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