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맞는 당뇨 주사, ‘연 3회’로 줄어들까?
체내 약물 주입 속도 조절해 약효 4개월까지 늘려... 전임상 '성공적'
당뇨병 주사제의 약효를 최대 4개월까지 지속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 될 경우 매일 지정된 시간에 주사를 맞는 당뇨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오젬픽, 마운자로, 트루리시티 등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개선하는 글루카곤양 펩티드-1(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다. 췌장이 분비하는 인슐린 양을 늘리고 글루카곤(혈당을 높이는 호르몬) 분비는 줄여 자연적으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GLP-1 수용체를 본따 만들었다.
GLP-1 유사체 계열 약물은 주로 제2형 당뇨 환자들 중 식이요법이나 운동만으로는 혈당을 관리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처방된다. 약제별 특징과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투여횟수는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매일 또는 주 1회 같은 시간에 투여해야 한다.
기존의 인슐린 주사 대비 투여편의성이 크게 개선되었지만, 정기적 약물 투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불편했다. 때문에 이들 약물 효과시간 연장은 제약계의 가장 큰 과제이기도 했다.
미국 스탠포드대 재료공학과-노보 노디스크 공동 연구팀 역시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들이 주목한 물질은 ‘주입형 하이드로젤(hydrogel)’이다. 하이드로젤은 물에 녹는 성질의 고분자로 이루어진 삼차원 구조로, 생체 조직과 유사한 특징이 있어 기존에도 의약외품이나 바이오물질에 종종 사용돼 왔다. 대표적인 예가 콘택트 렌즈다.
연구팀은 하이드로젤로 약물을 둘러싸고 하이드로젤이 물에 녹는 속도를 조절하면 내부의 약물이 체내에 주입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연구에 참여한 수석연구원 에릭 아펠은 “물에 녹는 설탕 큐브를 생각하면 쉽다. 하이드로젤이 체내에서 몇 달에 걸쳐 서서히 녹으면서 내부의 GLP-1 유사체 약물이 조금씩 새어나오는 원리”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 성공적 결과를 얻었다. 약을 투여한 쥐들의 혈액을 지속적으로 확인한 결과 며칠에서 최대 6개월 이상까지 약효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인슐린 장애를 가진 쥐들의 혈당 수치가 일정하게 유지된 것은 물론 GLP-1 유사체 계열 약물들의 또다른 효과로 알려진 체중 감소 역시 지속적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아펠은 “피부와 내분비계가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고 알려진 돼지를 대상으로 다음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전임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늦어도 2년 안에 인간 대상 임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셀 프레스'에서 발간하는 의약품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슨(Cell Reports Medicine)» 최근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