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독성 살균·소독제 없다”…생활 속 유독물질 예방은?

분무제품, 물건 최대한 가까이에서 뿌리고 잘 닦아줘야

박 교수는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모르는 생활 속 독성물질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PHMG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물질로 대체될 뿐이죠. 같은 기능을 하는 물질이라면, 우리 몸에도 같은 영향을 미칩니다”

나노 독성 물질을 연구하는 박은정 교수(경희대 의대 분자생물학교실)는 2011년 미국 연수 중 충격적 소식을 접했다. 가습기 살균제 속 독성물질 탓에 한국에서 수 천명의 피해자가 나왔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독성학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연구하던 박 교수에게 밀어닥친 죄책감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런 물질의 유통을 미리 막지 못했다는 자책 속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그러나 언제까지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한국에 돌아온 박 교수는 쥐 실험을 통해 해당 사건에서 문제가 된 성분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가 폐섬유증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사건이 있은 뒤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그는 생활 속 화학물질 성분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박 교수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독한 물질들은 우리 생활 곳곳에 퍼져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두고 박 교수는 “기업과 소비자들은 PHMG에만 꽂혀서 이것만 없으면 안전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PHMG가 하는 역할은 다른 물질이 대신하고 있고 이 물질 역시 안전을 보증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생활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화학 물질과 유독 물질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호흡기 독성 검증절차 이제 막 시작”  

박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국내 독성 검증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판매 승인 절차에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많은 제품들 속 물질에 대해 호흡기 독성 테스트는 지금껏 시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Q. 일상의 독성물질 어떤 것이 있나? 

일상생활 속에서 접하는 모든 물질은 독성을 띨 수 있다. 해당 물질이 우리 몸에 해를 입힐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농도’다.

우리가 쓰는 화장품, 로션, 향초, 탈취제, 소독제,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 곳곳에 다양한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살균제, 계면활성제 성분들은 PHMG가 했던 역할을 똑같이 한다고 봐도 된다. PHMG도 처음에는 세정제로 개발됐다. 그런데, 이것이 가습기에 물과 섞여 수증기로 나오는 순간 세정제로 사용할 때 우리 몸에 유입되는 양과 완전히 다른 농도로 우리 몸에 들어오면서 문제가 된거다.

Q. 폐에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제품들은 어떤 게 있나? 

탈취제 같은 스프레이 제품은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량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 가정에서 뿌리면 실내 먼지에 묻는데 이를 마셔 간접 노출될 수도 있고, 인체에 가까이 분무하면 직접 노출도 될 수 있다. 이전에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졌듯이 일부 탈취제에 첨가된 살균보존제 성분이 폐질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연구가 많다.

또 탈취제에는 DDAC(염화디데실디메틸암모늄) 성분이 들어가는 제품도 있다. 이는 4가암모늄 계열 살균제로 분무소독제품에 많이 들어간다. 이 물질을 두고 (자신이) 동물 실험을 진행한 바 있는데, 쥐에게 DDAC를 2회 노출했을 때 쥐에게 폐섬유증이 발병했고 결국 죽게 됐다.

경희대 의과대학 분자생물학교실 박은정 교수 [사진=경희대 의과대학]
Q. 유독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지만 판매가 계속되는 이유는?

어떤 제품이 문제가 되면 그에 대한 대체품이 만들어진다. 이는 기존 제품에서 안전성을 확보한 제품이 아닌, 그냥 말 그대로 대체제인 거다. 다시 말해 PHMG는 유독성이라는 판결이 나왔으니 판매를 금지한 거고 나머지는 판례가 없으니 금지를 안 한 거고 이런 식이다.

또 국내 생활 화학제품들의 판매 승인 절차에서, 호흡기 독성을 검증하는 과정은 이제 막 만들어지고 있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장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제품은 호흡이 안전성을 거치지 않은 제품들인 셈이다. 게다가 해외에서 안전하다고 인증을 받은 제품은 국내에서 안전성 재실험을 안 하게끔 돼 있는 것도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Q. 시중에 무독성 살균·소독제 나오는 데 믿을 만 한가? 

포털사이트에 살균·소독제를 검색하면 ‘무독성’이라는 문구를 넣은 제품들이 종종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제품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었고, 우리 몸에 어떤 역할을 한다는 언급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을 정도라면 우리 몸에선 세포를 죽일 수 있는 수준이다. 제품이 살균 효과를 갖는다면, 적어도 무독성 제품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Q. 탈취제는 가습기 살균제보다도 훨씬 많이 쓰이는데 제2 가습기 살균제 사태 가능성은?

최악의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길 바라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는 없다. 물론 정부도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와 생활화학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25년부터는 살균 소독제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호흡기 안전성을 검증받아야 판매가 승인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살생물물질 총 116종에 대해 68종을 판매 승인 해제했다. 승인된 48종이 포함된 제품도 내년 말까지 안전성 효과 검증을 거쳐야 하며 미승인 시 2025년에 국내 퇴출된다. 이때 필요 시 안전성 효과 검증으로 흡입독성 테스트가 요구될 수 있다.

우려되는 점은 스프레이 제품이 너무 많고 지금도 신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기업이 제대로 된 활용법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있다. 스프레이 제품은 사용하고자 하는 물건, 장소에 최대한 가까이에서 사용해야 해요. 그런데 광고에선 공기 중에 뿌리고 쾌적한 장면을 연출하거나 사용 전, 후를 비교하는 장면으로 소비 심리를 자극한다.

Q. 일상에서 이 유독 물질 흡입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요?

기업도 소비자들이 오남용으로 건강 손상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적게 노출될 방법을 알려주고 있기는 하다.  제품 뒤에 적힌 용법, 용량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 1회 사용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분무소독제품은 바닥을 향해 적은 양 뿌린 뒤 수건으로 주변을 골고루 닦아주는 게 원칙이다. 

조금 더 신경을 쓰다면, 기업에서 제시한 시간 이후 멸균한 수건에 물을 적셔서 소독한 바닥을 한번 더 닦아주면 더 좋겠다. 물론, 제품을 사용할 때나 사용한 뒤에 환기는 기본이다.

Q. 이번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승소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의 역할은?

학생들에게 늘 “세상엔 영원한 소비자도 판매자도 없다”라고 말한다. 기업에서 판매를 하는 사람도 다른 곳에선 소비자가 되고 소비자도 언제든지 자신의 물건 혹은 노동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들도 언제나 소비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 기업 윤리를 지켜야 한다. 적어도 생활화학제품을 판매하는 사람이라면 안에 들어있는 성분이 어느 정도 들어갔을 때 사람에게 유해하고 어느 정도로 넣으니 무해하더라는 기준은 반드시 시험으로 입증해야 한다.

또 화학제품은 단일 성분이 합쳐진 복합성분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단일 성분으로는 안전한 농도를 넣었더라도 제품 안에서 다른 성분들과 혼합됐을 때는 그 독성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제품 자체의 안전성도 검증해야 한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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