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찌꺼기가 보물이었네"...파킨슨병 예방 물질 숨어있다

커피 찌꺼기 속 ‘카페인산 기반 탄소양자점’, 신경퇴행성병 예방 및 조기치료 가능성

원두 커피 찌꺼기 가운데 일부는 화분 거름, 신발장 등의 냄새를 빨아들이는 방향제 등으로 쓰인다. 하지만 대부분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 속에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을 예방 또는 조기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 찌꺼기 속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이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 신경퇴행성병의 예방 및 조기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 엘파소 캠퍼스(UTEP) 연구팀은 커피 찌꺼기에서 뽑을 수 있는 ‘카페인산 기반 탄소양자점(CACQD)’이 비만, 나이듦, 살충제, 독성 환경 화학물질 노출 등으로 발생하는 각종 신경퇴행성병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뇌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마헤시 나라얀 박사(생화학)는 “전 세계의 가정과 기업, 커피숍에서 매일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에서 신경퇴행성병의 예방과 조기 치료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병의 초기 단계에서 CACQD를 기반으로 한 치료법이 이들 병을 완전히 예방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또한 실험실에서 커피 찌꺼기를 섭씨 200도에서 4시간 동안 ‘조리’해 카페인산의 탄소 구조를 재조정하고 CACQD를 만들었다. 커피 찌꺼기는 매우 풍부하므로 이 공정이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카페인산 기반 탄소양자점(CACQD)’이 활성산소 등 자유라디칼을 없애거나 손상을 막아주고, 심각한 부작용 없이 아밀로이드 단백질 조각의 응집을 억누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예컨대 파킨슨병이 살충제 ‘파라콰트’ 때문에 발생했을 경우 CACQD가 신경을 보호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인산은 항산화물질 또는 자유라디칼을 제거하는 물질로 알려진 식물성 화합물인 ‘폴리페놀’ 화합물 계열에 속한다. 카페인산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 뇌 내부의 세포에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조티시 쿠마르 연구원(박사과정)은 “쓰레기로 버려지는 커피 찌끼기 속 ‘카페인산 기반 탄소 양자점’이 근본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하고 증상만 누그러뜨리고 있는 신경퇴행성병 치료에 혁신적인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병 등을 일으키는 원자 및 분자적 토대를 해결해 이들 병을 뿌리부터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데 연구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경퇴행성병에 걸리면 주로 뉴런이나 뇌세포가 소실된다. 이 병은 생활습관이나 환경적 요인 등으로 발생한다. 운동, 언어 등 기본적인 기능은 물론 방광 및 장 기능, 인지능력 등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해친다. 이 병의 초기 단계에선 암, 심장병, 시력 상실 등을 일으키는 유해 분자인 활성산소 수치가 뇌에서 높아진다. 또 뇌에 플라크 또는 섬유소를 만드는 아밀로이드 형성 단백질 조각이 쌓인다.

이 연구에는 미국 예일대 연구팀도 참여했다. 연구팀은 “결승선은 아직 멀었다. 하지만 유전적인 요인 외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신경퇴행성 장애를 예방하는 약물을 개발할 때까지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Caffeic acid recarbonization: A green chemistry, sustainable carbon nano material platform to intervene in neurodegeneration induced by emerging contaminants)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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