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병원서 전공의 '쇠파이프' 상습 폭행...의료계 충격
병원, 21일 가해자 분리 조치 및 징계 심사 착수
전라남도 광주 조선대병원 신경외과에서 교수가 전공의를 상습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기간 강도 높은 폭력을 이어온 것으로 보여, 병원과 관련 의학회 등 의료계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사건은 스스로 조선대병원 신경외과 4년차 전공의라고 밝힌 A 씨가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작성한 폭로 게시글로 드러났다.
A 씨는 "담당 지도교수에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면서 증거로 녹취 파일, 폐쇄회로(CC)TV 영상도 첨부했다. A씨는 이날 해당 게시글을 올리기 전 조선대병원 교육연구부에도 폭행 정황을 알리는 글을 보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A 씨는 교수에게 따로 불려가 수차례 쇠파이프로 구타당하거나 복부 등을 주먹으로 가격당했다. 병원 복도에서 환자와 다른 직원이 있는 곳에서 안경이 날아가 휘어질 정도로 뺨을 맞거나 발로 걷어 차이는 일도 있었으며, 목덜미를 잡힌 채 컴퓨터 키보드에 얼굴이 처박히기도 했다. 피해자는 A 씨에 그치지 않았다. 앞서 같은 병원에서 수련했던 선배들도 같은 교수에게 구타당한 경험이 이어진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녹취록에서 가해 교수는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미치겠다"며 언성을 높이며 구타하는 듯한 소리도 함께 녹음됐다. CCTV 영상에는 가해 교수가 병원 복도에서 A 씨의 복부를 주먹으로 치고 안면을 밀치는 모습도 담겼다.
병원 측은 이전 시점까지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1일 오전에야 교육수련위원회를 열고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해당 교수를 강력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교원 징계 부서인 대학교원인사팀과 진상 조사를 담당하는 대학인권성평등센터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또한,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해 전공의와 일체의 접촉을 금지하고 예약된 외래 진료와 수술을 제외한 모든 진료 행위, 신경외과 학술 집담회나 컨퍼런스 등의 외부 회의 참석도 금지했다.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되자 관련 의사단체와 의학회도 입장을 내놨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권정택 이사장(중앙대병원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재발 방지 대책과 전공의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학회는 특히 "당사자와 후배 전공의들이 병원 내 2차 피해를 받는 일이 없도록 감시할 것"이라며 "가해 전문의에 대한 병원의 객관적인 조사와 일련의 절차 등을 감시하고 학회 차원의 대응책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피해 전공의가 당한 폭행은 상상을 초월하는 참담한 수준"이라면서 조선대병원에 대한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의 실태 조사를 요구했다.
대전협은 이어 "아직도 수련병원에서 비인간적인 폭력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분노와 슬픔을 표한다"면서 "공개적으로 폭언·폭행이 자행됐음에도 병원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인 A 씨에 대해선 법률 자문을 지원하는 한편, 이외에 부당한 폭언·폭행 등을 겪고 있는 대전협 회원이 있다면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려달라고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