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의사면허 취소 '모든 범죄'로 확대
의협, 대안으로 자율규제권 강조...의사면허 관리 권한 요청
오늘(20일)부터 의사 등 의료인이 '의료사고를 제외한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 취소가 가능해진다. 이전까지 의료인의 면허 취소 대상 범죄는 '의료법 위반'에만 해당했다.
20일 일명 '의사(의료인) 면허 취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시행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달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의료인이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된 후 면허를 재교부 받으려면 자비를 내고 환자 권리 이해 등 의료윤리 교육을 4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교육 프로그램 후엔 면허 재교부를 심의하는 위원회의 심사 역시 필요하다. 전체 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20일 시행 이후 면허를 재발급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의사면허취소법으로 더 잘 알려졌지만, 적용 대상은 의사는 물론 치과의사와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도 해당한다.
다만, 각계에서 해당 제도 시행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료인 면허 재교부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심의위원회 대다수가 전현직 의사로 구성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연구 용역을 거쳐 내년 중 면허 재교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사단체 역시 의료인의 위축을 우려하며 반발한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치과협회(치협) 등은 "범죄의 유형과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범죄로 면허취소 사유를 확대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생존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살인과 성범죄 등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면허 취소엔 공감하지만, 업무 연관성이 없는 교통사고·금융사고 등의 민·형법상 과실까지 포함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란 주장이다.
특히, 의료인에 대한 이러한 폭 넓은 제한이 개별 의사를 위축시켜 덜 위험한 진료 분야를 선택하거나 향후 문제가 생기지 않은 책임 소재가 명확한 수준만 치료하는 소극적인 '방어 진료'를 확산할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이에 의협은 그 대안으로 자율규제권을 강조하며 해외와 같이 의료단체에 의사면허 관리 권한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협은 지난 9일 '대한의사면허관리원 설립 추진단(가칭)'과 '자율정화특별위원회'를 재구성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