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사망률 상승 원인은 '지구온난화'...왜?
복합적 이유로 폭염에 취약해지는 조현병, 조울증, 불안장애 환자들
기후위기가 악화되면 농작물 피해를 입는 농부나 산불로 집을 잃은 사람 등 고통을 받는 사람이 많아진다. 그러나 17일(현지시간)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보다 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조현병, 조울증,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 환자다.
올해 3월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2021년 6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기록적인 폭염으로 숨진 사람의 8%는 조현병 진단을 받은 환자로 나타났다. 조현병은 신장질환과 관상동맥질환 등 저자들이 분석한 다른 모든 조건보다 더 위험한 요소라는 점이 밝혀졌다.
미국정신의학햡회(APA)의 로버트 페더 기후 및 건강 컨소시엄 대표는 “기온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이러한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자살 시도 및 정신 건강 관련 응급실 방문률 증가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가뭄이나 산불로 인한 입자가 더 많아져 기후 위기가 악화될 수 있는 대기 오염에 장기간 노출되면 불안감이 높아지고 극단적 선택이 증가하게 된다.
일부 정신과 환자가 열사병이나 사망과 같은 폭염의 피해에 더 취약한 이유는 ‘앞쪽 시상하부(anterior hypothalamus)’라는 뇌 부위 때문이다. 이 곳은 신체의 온도 조절기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논문의 주저자인 캐나다 워털루대의 피터 크랭크 교수(지리 및 환경 관리학)는 “앞쪽 시상하부는 너무 덥거나 추울 때 몸을 떨기 시작하고 땀을 흘리도록 다른 뇌부위에 지시한다”며 “양극성 장애, 조현병, 조울증의 세 가지 장애는 모두 앞쪽 시상하부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 전달을 손상시킨다”라고 설명했다.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은 세로토닌과 도파민과 같은 뇌 화학 물질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물질은 일반적으로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뇌에서 더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브라운대 브래들리 병원의 정신과 의사이자 APA 기후 변화 및 정신 건강위원회 위원장인 조슈아 워첼 교수는 “시상하부는 세로토닌의 자극에 직접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했다. 뇌의 세로토닌 수치는 외부 기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약을 통해 뇌의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하면 땀을 흘리는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장애를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일부 약물은 땀을 흘리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체온을 상승시켜 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 페더 대표는 조현병, 양극성 장애, 편집증 및 망상 치료에 자주 사용되는 항정신병 약물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아리피프라졸, 올란자핀, 리스페리돈, 케티아핀 및 루라시돈 같은 약물이 이에 해당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일부 각성제(리스덱삼페타민 및 암페타민/덱스트로암페타민 염)와 항불안제 또한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기분 안정제인 리튬은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정신 건강 증상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생활 습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따뜻한 기온은 정신 건강 증상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페더 대표는 “대부분의 정신 건강 상태의 특성은 일단 진단을 받으면 해당 질병의 재발 위험”이라며 “이런 재발은 종종 어떤 유형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데 기후재난은 확실한 스트레스가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