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팔 두다리 다 잃어"...독감걸려 사지절단, 美여성 무슨사연?
독감 합병증인 패혈증으로 사지절단 미국 여성..."그래도 운이 좋았다"
"처음에 목이 아팠을 뿐인데..."
인후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독감을 진단받은 한 여성이 합병증으로 인해 두팔, 두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던 사연이 소개됐다. 드물긴 하지만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이 얼마나 심각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폴란드 출신으로 미국 오하이오 주에 살고 있는 교육자 크리스틴 폭스(42세)는 2020년 연초에 인후통 증상으로 목이 아파 응급실로 향했다. 검사 결과 독감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고, 약을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쉬고 있던 그는 너무 아파서 일어날 수 조차 없게 되자 급히 병원으로 다시 갔다. 의료진은 그의 상태를 재검사해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 패혈증이라고 진단했다.
패혈증은 몸에 침입한 미생물 감염으로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 장기 전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면역 체계가 감염에 과잉 반응하여 장기를 손상시키는 상태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미국에서 매년 170만 명의 성인이 패혈증 상태에 빠지며, 빠르게 사망으로 이어지는 꽤 위험한 질환이다.
미국 폭스뉴스, 영국 데일리메일 등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폭스는 2020년 3월에 입원했다. 당시 오하이오 주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첫 번째 봉쇄 조치를 시행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폭스의 경우 패혈증이 이미 심각한 감염을 일으킨 상태였다. 의료진은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학적으로 그를 혼수상태에 빠뜨렸다. 혼수상태에 있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폭스의 생명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혼수상태 일주일 후 의료진은 폭스를 천천히 깨우기 시작했고, 깨어난 후 폭스는 자신의 팔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이러한 절망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팔다리가 절단된 것을 두고 '그래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고.
폭스는 “가끔 불평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나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었다면 어쩌나 생각한다. 그러면 살아있는데 그저 감사하다. 아이들은 지금 12세과 10세다.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내가 없이 살아가는 걸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폭스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지 몇 주 후 병원에서 퇴원했고, 피츠버그 의학 센터(Pittsburgh Medical Center, UPMC) 재활 연구소로 이송됐다. 이 곳에서 6주 동안 매일 3시간씩 물리 치료를 받으며 다시 팔다리를 사용하는 법을 배웠다. 사지가 절단된 7개월 후인 2020년 10월, 팔과 다리에 의족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폭스는 다리 의족은 꾸준히 사용하지만, 팔 의족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팔 의족없이 생활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해 재활까지 받은 1년 후, 폭스 씨는 캠벨 고등학교 부교장으로서 다시 일할 수 있었다.
폭스는 "나는 매우 적극적인 사람이다. 장애 수당을 받고 그냥 있는다면 좋은 삶의 질을 가질 수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나를 지켜보는 많은 어린 눈들이 있었고, 내가 이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로 부터 그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차이를 존중하고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는 법, 그리고 자신의 장애와 힘든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이 일부 비용을 커버해주긴 했지만 여전히 지불해야 할 의료비용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쌌다. 또한 장애를 가진 지금 다니기 쉽게 집을 개조하는 데도 돈을 써야 했다. 이를 위해 폭스를 지지하는 커뮤니티가 동참해 여러 기금 모금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 독감으로 인해 드물지만 폭스의 경우처럼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백신 접종이 독감에 안 걸리도록 예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증상을 덜어줄 수 있다. 미국에서 독감 시즌이 계속되면서 바이러스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의료진은 모든 사람이 독감 백신을 맞아 건강을 보호할 것을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