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만 발라도 피임 99%?...획기적인 효과, 진짜일까?

에보펨 개발 '펙시' 첫 피임젤...과장 효과 지적, 실제는 86% 예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피임의 역사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기원전 3000년 전 사람들은 동물의 창자로 콘돔을 만들어 사용했다. 고대에는 독특한 성분의 나무열매를 이용해 피임을 시도한 기록도 있다. 1840년대 고무의 발명으로 콘돔이 보편화됐고, 이후 피임 방법은 다양해지고 있다.

새로운 피임법 중 하나가 피임젤이다. 지난 202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약회사 에보펨이 개발한 '펙시'를 첫 피임젤로 승인했다. 성관계 1시간 전에 젤을 질에 도포하면, 정자가 생존하기 어려운 산성도(PH 3.5~4.5)로 유지시켜 임신을 예방하도록 작용한다. 에보펨이 내세운 펙시의 피임률은 99%다.

하지만 최근 에보펨의 효과가 과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미국 의학전문매체 피어스파마(Fierce Pharma) 등에 따르면 최근 FDA는 펙시의 장점을 과장해 소비자의 오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에보펨에 보냈다. 에보펨은 브로슈어 등 마케팅 자료에서 "성행위 당 임신이 99% 예방됐다"고 홍보했으나 배란과 성관계 시점에 따라 임신 가능성은 달라진다는 지적이다.

FDA는 "'성행위'를 기준으로 임신 예방률을 계산하는 것은 펙시의 임신 예방 효과를 잘못 추정하는 것"이라며 "펙시는 FDA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누적 86%의 임신 예방률을 제공한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에보펨은 15일 내에 FDA에 위반 내용을 수정 및 설명한 답변을 보내거나 관련 근거를 밝혀야 한다.

펙시는 처음 출시될 때까지만 해도 차세대 피임법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호르몬 제제가 아니어서 위험성이 적고, 여성이 주도적으로 피임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시장에서 점유율을 키우지 못했고, 국내에서도 출시되지 못했다. 지난 3분기 에보팸의 매출액은 5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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