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 잴 때 소변 참았더니...“내가 고혈압이라고?"

평균 7mmHg이나 오차 발생, 고혈압환자 진단 오류에 큰 영향…약 부작용 위험 무릅써야

혈압을 잴 땐 손에 감는 커프를 심장 높이에 두고, 등을 쭉 펴고, 발바닥을 방바닥에 붙여야 한다. 잘못된 진단으로 고혈압약을 먹으면 각종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모든 약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혈압 잴 때 부적절한 자세를 취하면 정상인이 느닷없이 고혈압 환자로 진단돼 각종 약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의대 연구팀은 올바른 자세로 적절한 위치에서 혈압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으면 상당히 큰 오차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성인 150명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심장협회(AHC, American Heart Association)와 미국심장학회(ACC,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지침에 따르면 혈압을 잴 때는 발이 바닥에 평평하게 닿도록 의자에 앉고, 등을 똑바로 펴고(등을 지지하고), 팔에 감는 혈압 커프가 심장 높이에 오게 해야 한다. 혈압을 2회 이상 측정해 판단에 참고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리를 꼬거나 등을 구부리거나 등을 의자에 기댄 채 꾸부정하게 앉거나 소변을 꾹 참고 있으면 안 된다. 중년 여성이 소변을 3시간 이상 참으면 혈압이 4mmHg(수축기 혈압)/2mmHg(이완기 혈압)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혈압은 아침, 겨울에 오르고 밤, 여름에 떨어진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무작위 배정했다. 첫 번째 그룹에서는 높이가 고정된 ‘검사 테이블’에서 혈압을 잰 다음 자세를 조절할 수 있는 ‘검사 의자’에서 혈압을 쟀다. 두번째 그룹에선 이와 정반대 순서대로 혈압을 쟀다. 세 번째 그룹에선 ‘검사 의자’에서 혈압을 쟀다. 연구팀은 측정 결과를 취합해 ‘검사 테이블’에서 잰 3회의 측정값 평균과 ‘검사 의자’에서 잰 측정값 평균과 비교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검사 테이블에서 측정한 혈압은 의료계 지침에 따른 자세로 의자에 제대로 앉아 측정한 혈압에 비해 평균 7mmHg(수축기 혈압)/4.5mmHg(이완기 혈압)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자에 올바른 자세로 앉아 측정하지 않으면 그만큼 오차가 발생할 수 있고, 불필요한 고혈압약으로 각종 부작용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국내에선 120mmHg(수축기 혈압)/80mmHg(이완기 혈압) 미만을 정상 혈압, 140mmHg/90mmHg 이상을 고혈압이라고 하고 그 사이를 ‘고혈압 전 단계’로 본다. 미국에선 130mmHg/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이 연구 결과(Comparison of outcomes for routine versus American Heart Association-recommended technique for blood pressure measurement (CORRECT BP): a randomised cohort study)는 국제학술지 ≪이클리니컬 메디슨(eClinicalMedicine)≫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랜디 웩슬러 박사(웩스너 메디컬센터, 가정의학)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11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미국심장학회 과학세션 컨퍼런스에서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잘못된 자세 탓에 고혈압으로 잘못 분류되면 쓸데없는 약물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혈압약을 복용하면 갑자기 혈압이 뚝 떨어지는 저혈압 쇼크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돌연한 저혈압 쇼크는 어지럼증, 어지러움, 실신을 일으키고 낙상에 의한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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