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중이어도 암 위험 높아"...BMI 효율성 다시 도마에
WHR, BMI보다 사망 연관성 높아...지방 분포도 반영
비만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질병에 노출됐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전문가들은 '정상' 체질량지수(BMI)를 가진 사람들도 여러 가지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BMI는 사람의 키에 비해 체지방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대 측정한 수치다. 이때 건강한 범위(낮은 과체중 포함)는 18.5~24.9이고, 25~29.9는 과체중(경도 비만 포함)으로 간주하며, 30을 초과하면 비만으로 정의된다.
최근 두 가지 주요 연구에 따르면 BMI가 정상 범위인 20~22.5인 남성의 경우 일생 동안 두경부암, 췌장암, 간암 등 8가지 암종에 발병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의 한 연구에선 150만명 이상의 남성들을 10대 시절부터 거의 40여년 동안 추적해 10대 체중과 미래의 암 위험 사이 연관성을 찾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들은 18세 때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들이 두경부암, 뇌암, 갑상선암, 방광암, 간암 등 17가지 암종에 걸릴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주목할 점은 BMI가 정상인 사람들 역시 일반인과 비교해 두경부암, 식도암, 위암, 췌장암, 간암, 신장암, 흑색종, 비호지킨 림프종(림프 악성종양) 등 8가지 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49% 더 높았다.이에 연구자들은 암 위험 증가와 관련해 젊은 성인의 정상 체중 범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연구를 이끈 가정의학과 마리아 오베르그 교수는 "현재의 정상 체중 범위는 주로 대사가 낮고 비교적 지방이 필요한 노년층에게만 제대로 적용될 수 있다"며 "대사율이 좋고, 신체 활동이 높은 젊은 성인에게는 정상 범위의 BMI 수치를 현재보다 낮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계 투성이 BMI, 대안은?
이와 관련해 BMI 측정에 대한 한계는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다. BMI는 체중에만 의존하기에 체중 관련 건강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또 총 체지방률은 비만에 해당하지만 BMI 기준상 비만하지 않은 '마른 비만'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최근 BMI 측정을 대신해 허리-엉덩이 비율(WHR)이 사망 등 여타 질환 악화 위험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BMI도 연관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개인별로 체성분과 지방 분포에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WHR이 더욱 효과적인 지표라는 분석이다.
아일랜드 코크 대학병원의 이르판 칸 교수는 성인 백인 남녀 5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WHR과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사이 연관은 WHR이 올라가면서 사망률도 올라가는 선형적 관계로 나타났다. 즉 WRH 수치가 가장 낮은 사람이 사망률도 가장 낮고, WHR 수치가 올라갈 수록 사망률도 그에 비례해 올라간다는 말이다.
이와 반대로 BMI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과 J자형 관계, 즉 BMI가 아주 높거나 아주 낮으면 사망률이 올라가는 오히려 BMI 중간층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불균형한 구조로 나타났다.
아울러 WHR과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은 BMI와는 달리 지방의 분포와 무관하게 일정했다. 그간의 BMI 한계는 지방 분포의 차이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복부 지방이 건강에 주는 위험이 더 큰데도 복부 지방이 쌓인 사람이 연령과 신장이 같으면서 다른 곳에 지방이 쌓인 사람과 BMI가 같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WHR은 심장병, 당뇨병 등 여러 질환 위험을 높이는 내장 지방을 포함한 복부 지방을 BMI보다 잘 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