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경기서 '끝없는 기침' 백일해 유행...예방접종 서둘러야
각각 20명 이상 감염... 서울-경북서도 각 7명
'100일 동안 기침이 끊이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호흡기 감염병 '백일해'가 최근 경상남도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유행세가 커지고 있다. 팬데믹 당시 코로나19와 같은 2급 법정 감염병으로, 폐렴으로 번질 수 있어 특히나 영유아에게 위험한 질환이다.
경상남도청과 경상남도의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 창원 일대에 발생한 23명의 백일해 환자가 발생했다. 마산에서 19명, 의령군에서 1명, 함안군에서 3명이 감염됐다. 환자는 모두 11세 이하의 어린이로 확인됐다.
경남도의사회 마상혁 감염병대책위원장은 "같은 지역에서 환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때 유행이라고 간주하고 즉각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80%에 달하는데 대부분의 성인이 백일해로 인해 기침을 계속 해도 진단을 받지 못한 채 가정의 어린아이들에게 옮기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당국 측은 최근 백일해 환자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대대적인 유행 단계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 다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적극적인 예방접종 권고를 시작했다.
9일 질병청은 "지난 4일까지 전국적으로 백일해 환자가 83명이 발생했다"면서 "환자 다수가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로 확인된 만큼 백일해 발병과 유행 차단을 위해 어린이들의의 적극적인 백일해 예방접종을 당부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집계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백일해 환자는 10월 첫 주부터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연령대별로는 12세 이하 어린이가 58명으로 전체 환자의 69.9%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60세와 70세 이상의 고령층이 각각 6명과 11명으로 전체의 20.5%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11월 4일을 기준으로 경남과 경기에서 각각 22명과 20명의 환자가 발생해 가장 유행세가 컸고, 뒤이어 서울과 경북에서 각각 7명, 부산에선 6명, 광주에서도 5명의 환자가 발생한 상태다.
'영유아 폐렴 유발' 백일해란?...예방접종 중요!
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감염된 호흡기 질환인 백일해는 여름과 가을에 발병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A형 간염, 결핵, 수두, 장티푸스, 콜레라 등과 법정 2급 감염병으로 함께 분류돼 있다.
초기엔 콧물, 결막염, 눈물, 경미한 기침, 발열 등의 가벼운 상기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다가 기침이 점차 심해진다. 심한 기침 끝에는 구토가 동반되거나 끈끈한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이 시기에 전염력이 가장 강하다.
중기에 접어들면 무호흡, 청색증, 비출혈, 경막하 출혈, 하안검 부종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회복기에 이르면 기침의 정도, 횟수, 구토가 점차 감소하고 이러한 증상은 1~2주 정도 계속된다.
백일해는 청소년이나 어른이 감염될 경우 기침과 콧물, 미열 등 경미한 증상만 나타나지만, 영유아는 폐렴과 호흡 곤란, 발작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 1세 미만의 사망률이 가장 높고,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
치료는 백일해에 유효한 항생제(azithromycin, clarithromycin 등)를 복용해야 한다. 현재 학교에선 백일해에 감염된 학생에 대해 약 5일 정도의 격리와 등교 중지를 권고한다. 예방 수칙은 손씻기, 기침예절,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 관리 등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병 예방법과 동일하다.
다만, 감염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다. 예방접종(DTaP·디탭, 티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예방 백신)은 생후 2·4·6개월에 3차까지 기본 예방접종을 받은 후, 생후 15~18개월 사이 4차 접종이 한번 더 이뤄진다. 5차 접종은 만 4~6세, 6차는 만 11~12세에 맞아야 하고, 이후 10년에 한 번씩 재접종을 한다. 특히 만 11~12세 연령층과 임신 27~36주차인 임신부에 대해선 추가 접종이 권고된다.
질병청은 "국내에서 4차까지의 예방접종률은 95%를 상회하지만, 5~6차 추가접종 시기인 6세와 12세의 접종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백신의 효과가 연령이 증가하면서 감소할 수 있기에 기본 접종 이후 적기에 추가 접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