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위해 발버둥 쳐도"...25명 중 1명 '수명 단축 유전자'
게놈 염기서열 분석 결과,아이슬란드 국민의 경우 4%가 ‘나쁜 유전자’ 보유
건강 장수하기 위해 술 담배 끊고 운동도 비교적 열심히 해도 다른 사람보다 더 일찍 죽을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25명 중 1명이 수명 단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제약회사 암젠의 자회사인 ‘디코드 제네틱스(deCODE Genetics)’ 연구팀은 인구 소국인 아이슬란드 국민 약 5만8000명의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이슬란드 국민의 게놈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수명 단축과 관련된 유전자형(일명 ‘실행 가능한 유전자형’)을 보유한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했다. 유전학자들은 예방 또는 치료 방법이 확립된 질병의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형을 ‘실행 가능한 유전자형’이라고 부른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국민의 약 4%가 이런 유전자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유전자형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각종 암과 심혈관병, 대사증후군 등에 비교적 잘 걸린다. 미국 의료 유전학·유전체학회(ACMG) 지침에 따라 분석에는 73개의 실행 가능한 유전자 목록을 활용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명 단축과 관련된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명이 평균 3년 더 짧았다.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에 걸리기 쉬운 특정 유전자형(BRCA2 유전자)의 병원성 변이는 수명을 7년, 고콜레스테롤혈증과 심혈관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형(LDLR 유전자)의 변이는 수명을 6년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행 가능한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유방암, 난소암, 췌장암, 전립샘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7배 더 높았다.
논문의 책임 저자인 카리 스테판슨 디코드 제네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른바 ‘실행 가능한 유전자형’은 수명을 짧게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어떤 집단에 정밀의학을 적용하려면 유전체학, 전사체학, 단백질체학에 대한 상당한 양의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아이슬란드 인구는 약 약 37만5000명(2023년)으로 최신 인구 통계가 있는 180개국 중 178위다. 하지만 이 나라 정부는 정밀의학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아이슬란드 국민은 전례 없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연구 결과(Actionable Genotypes and Their Association with Life Span in Iceland)는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