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화학물질, 여성암 발병률 높인다
화학물질 PFAS 등이 흑색종, 난소암, 자궁암 발병 위험 높여(연구)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분위기 속에서 과불화화합물(PFAS)이 여성호르몬 관련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건강포털 ‘더헬시(Thehealthy)’ 따르면 최근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등의 연구진이 학술지 《노출과학과 환경역학(Exposure Science and Environmental Epidemiology))》에 여성 호르몬 관련 암과 PFAS의 잠재적 연관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 명 이상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흑색종, 난소암, 자궁암 진단을 받은 여성의 혈류 내 PFAS와 페놀 수치가 높은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PFAS와 페놀이 여성 호르몬 기능을 방해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것이 관련 암 발생 확률을 높이는 잠재적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고 밝혔다.
PFAS와 페놀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는 화학물질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내구성이 강하고 분해가 잘되지 않아 '영구적 화학물질'이라고도 불리는 PFAS는 탄소와 불소를 결합한 유기 화합물로 방수 및 얼룩 방지, 내열기능 등이 있어 조리기구, 화장품, 방수 의류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페놀류의 하나인 비스페놀-A(BPA)는 식품 포장이나 물병, 장난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최근 수돗물의 절반이 PFAS로 오염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2016~2021년 사이 미국 716개 지역 수돗물 샘플을 수집해 검사한 결과 45%에서 기준치 이상의 PFAS가 검출됐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맥스 아웅 박사는 "이번 연구가 PFAS와 페놀이 여성암 발병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라며 "암 발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떤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와 함께 규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UCSF 트레이시 우드루프 박사는 "PFAS는 수많은 화학물질로 이뤄져 있어 노출을 줄이려면 관련 기관이 PFAS 자체를 하나의 화학물질로 보고 규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PFAS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해 PFAS와 모든 난연제, 비스페놀 등을 포함한 독성 화학물질의 사용 금지를 포함한 'EU 리치(REACH-Registration, Evaluation, Authorization of Chemical)' 개정안을 공개했다. EU 리치는 EU 역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화학물질과 완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유통량·유해성 등을 확인하는 등록평가승인 절차를 의무화한 제도다.
이번 연구가 암 진단을 받은 후 화학물질의 혈중 농도를 측정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화학물질과 관련 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은 확인했지만 둘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것.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한 화학물질 노출과 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입증하는 심층 연구에 속도가 붙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