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당황하는 사람이 성격은 더 좋다?
관대하고 이타적이며 배우자에게도 충실
큰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쉽게 놀라거나 허둥대는 사람들이 있다. 근엄한 상사들은 이런 부하 직원을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다. “왜 저렇게 갈피를 못 잡고 헤매지”라고 혀를 끌끌 차면서….
그런데 이렇게 쉽게 당황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실제로는 더 신실하고 관대하며 사랑을 할 때도 일편단심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B) 연구팀은 사람이 표시하는 당황하는 감정이 그 사람의 품성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연구 대상으로 삼은 ‘당황하는 감정’이란 수치심이나 사회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이 아닌 말 그대로의 당황스러운 감정만을 뜻한다.
연구팀은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연구팀은 대학생 60명을 대상으로 당황스러웠던 순간(예를 들어 단순히 뚱뚱한 여자를 임신했다고 오인한 경우 등)에 대해 말을 하도록 한 뒤 이를 비디오테이프로 녹화를 했다.
또 연구팀은 녹화된 참가자들의 모습을 기반으로 이들이 당황해한 정도를 등급별로 구분했다. 두 번째 실험은 미국의 유명 생활정보 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 3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얼마나 자주 당황해 하는지를 먼저 물어본 뒤 역시 이를 수치화해 등급을 매겼다. 이후 연구팀은 이들에게 경제학 연구에서 이타심과 협력심의 정도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게임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당황하는 정도가 큰 사람일수록 게임에서 더 관대하고 이타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이런 이타적인 모습은 봉사나 기부를 더 많이 할 뿐 아니라 사업이나 사랑을 할 때도 더 신뢰할 만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당황하는 감정은 믿을 만한 사람을 골라내는 중요한 선별 기준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사회적으로 신뢰와 협동심을 높이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Flustered and faithful: embarrassment as a signal of prosociality)는 학술지 ≪성격과 사회심리학 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