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15개비만큼 해로워"...외로움 느끼는 계산 시간은?

문턱값은 ‘전체 시간의 75%’…68세 이상 노인, 이 비율 넘기면 외로움 느껴

쓸쓸한 계절이다. 젊었을 땐 혼자 지내도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외로움을 잘 탄다.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장 겸 의무총감 비벡 머시는 올해초 “외로움은 담배를 하루 15개비 피는 것만큼 해롭다”고 경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부분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전체 시간의 75%를 홀로 지낼 때까지 외로움을 느끼지 않지만, 이 비율을 넘어서면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68세 이상 나이 든 사람이  이 비율을 초과하면 외로움을 더 많이 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약 20년에 걸친 연구 데이터를 분석하고 400명 이상을 조사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마티아스 멜 멜 교수(심리학)는 “대부분의 젊은 사람들에겐 홀로 지내는 것과 외로움이 서로 다른 개념이다. 그들은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오히려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노인의 경우 외로움과 홀로 지내는 것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의하면 세상은 끝없는 연결과 끊임없는 소통으로 가득 차 있다. 외로움과 홀로 지내는 것의 관계가 항상 뚜렷하지도 않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며 산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올해 초 비벡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장 겸 의무총감은 “외로움은 담배를 하루 15개비 피는 것만큼 해롭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2022년 1인 가구 비율은 34.5%로 2000년(15.5%)보다 크게 늘었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데이비드 스바라 교수(심리학)는 "통상 홀로 지내는 것과 외로움 사이에 밀접한 상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홀로 지내는 시간이 전체 시간의 75%를 넘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나이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 경우 총 시간의 75%가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한계, 즉 문턱값(역치)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전자 활성화 레코더(EAR)’라는 휴대전화 앱으로 12분마다 30초 동안 참가자들이 내는 소리를 녹음했다. 홀로 지내는 시간을 특성화해, 일상 생활 속 사회적 활동을 측정했다. EAR 앱은 어떤 사람이 전화를 하고 있는지, 운전을 하고 있는지, TV를 보고 있는지, 파트너나 낯선 사람과 교류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참가자들은 전체 시간 중 66%를 혼자 보냈고, 75%가 넘는 시간을 혼자 보낸 사람들이 가장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참가자 가운데 홀로 지내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3%에 그쳤다. 대부분의 경우 홀로 지내는 것과 외로움은 별개라는 뜻이다. 그러나 68세 이상의 약 25%는 홀로 지내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홀로 지내는 것과 외로움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뒤집어보면 많은 사람이 홀로 지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하루의 대화 시간을 측정하는 특정 장치(SocialBit)를 개발 중이다. EAR에는 많은 이점이 있지만 사회적 행동의 지표를 정량화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정 장치는 하루 걸음 수를 측정하는 ‘피트니스 트래커’를 본뜬 것이다. 사회적 고립을 피해야 하는 뇌졸중 후 회복 환자와 외로움을 비교적 잘 타는 노인 등에게 특히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알렉스 댄버스 박사(박사후 연구원)는 “홀로 지내는 것 자체가 외로움인 노인들에겐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사귀는 게 외로움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Loneliness and time alone in everyday life: A descriptive-exploratory study of subjective and objective social isolation)는 ≪성격연구 저널(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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