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계성 인격장애 비율?...환자 80% 극단시도 경험
전문가 "경계성 인격장애 실제 진단률 매우 낮아"
국내 인구 1만명 당 1명이 경계성 인격장애로 진단 및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발병률이 높았으며, 20대 발병이 가장 많았다. 국내 유병률 1~1.5% 정도로 다른 국가의 경계성 인격장애 유병률(2.7~5.9%)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유병률이 과소평가 됐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석정호 교수팀은 2010년~2019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의 맞춤형 데이터를 활용해 10년간 국내 경계선 인격장애의 유병률 및 임상적 특성을 조사했다. 이번 연구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해 국내 경계선 인격장애 유병률을 다룬 최초의 연구다. 그간 경계성 성격장애 실제 발병률과 임상적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계성 인격장애란 정서적 불안, 자아정체성 문제, 대인관계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복합 인격장애를 일컫는다. 권태감과 공허감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며, 자제력이 부족해 충동적인 행동 양상을 보인다. 이로 인해 도벽과 도박, 약물 남용의 위험성이 높고 대인관계가 불안정하며, 환자의 약 60~80%는 자살 시도를 경험하는 등 사회적 부담이 높은 질병이다.
경계성 인격 장애는 한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니라 △유전적 △환경적 △생물학적 요인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전적으로 정서(혹은 분노) 조절 능력과 충동성이 관련된 요인이며, 많은 수의 환자에서 어린 시절 버림받거나, 신체적, 성적 학대를 당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연구 결과, 경계성 인격장애로 진단된 국내 환자 수는 2010년 3756명에서 2019년 4538명으로 20% 증가했다. 남성 환자의 유병률(1만명 기준)은 2010년 0.81명에서 2019년 0.80명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반면, 여성 환자의 유병률은 2010년 1.12명에서 2019년 1.32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경계성 인격장애 유병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20대로,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이 감소하는 패턴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유병률이 1만 명 당 8.71명으로 가장 유병률이 높았으며, 대전(6.62명)과 대구(5.90명)이 그 뒤를 이었다.
석 교수는 "보험청구자료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경계성 성격장애의 낮은 국내 유병률은 임상 현장에서 경계성 인격장애가 매우 낮은 비율로 진단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국제적 연구 흐름에 맞춘 진단율 향상과 치료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경계성 인격장애가 자살 위험성과 의료적 부담이 큰 질병임을 고려할 때,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국가적 차원의 제도 개선, 예산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 결과는 «연세의학저널(Yonsei Medical Journal)»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