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괴롭히는 '자궁내막증' 5년새 급증...최선의 치료법은?
청소년기부터 폐경 전후까지 여성 생애주기별 맞춤 치료 필요
국내 자궁내막증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약 70%가 증가했다. 자궁내막증은 복부골반 통증, 월경통, 성교통 등을 일으키며 여성의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수술 후에도 5년 이내 재발률이 40~50%로 높아 평생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자궁내막증 진단과 약물 치료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여성들의 생애 주기와 개인적 선호도를 바탕으로 한 장기간 맞춤 치료가 가능해져 진단 및 치료 전략의 패러다임도 바뀌는 분위기다.
바이엘 코리아 여성건강사업부는 지난 24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에서 '비잔(성분명 디에노게스트)'의 국내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자궁내막증 진단과 최신 치료의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를 공유하는 VISTA EMS FORUM(VISanne Treatment to All pathways of EndoMetrioSis patients Forum)을 개최했다. 행사는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번 포럼은 서울의대 이정렬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고려의대 이경욱 교수가 △‘비잔의 현재‘ 세션 발표를 통해 자궁내막증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최신 글로벌 가이드라인 변화와 주요 임상 데이터를 공유했고, 보라매병원 이다용 교수와 가톨릭의대 송재연 교수가 △‘비잔, 앞으로의 10년‘ 세션을 통해 청소년부터 폐경기 전후까지 여성의 생애 주기별 자궁내막증 질환의 특징과 이에 따른 치료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첫 연자로 나선 고려의대 이경욱 교수는 자궁내막증 진단 환경의 변화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러나 조사 결과 증상 첫 발현 후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되기까지 평균 7~10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확진을 위해서는 복강경 검사가 필수적이었으나 이제는 국내외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도 진찰 소견과 영상 검사를 이용한 임상 진단을 권고하고 있다”며 “초음파 검사는 다양한 형태의 자궁내막증에 높은 진단 정확도를 제공하므로 의심 증상으로 내원한 여성들이 진료 및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과 치료 시작까지의 기간을 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까지 자궁내막증 치료는 복강경 검사로 확진 후 수술적 치료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보편적 접근법이었다"며 "최근 비잔 등 약물 치료는 자궁내막증 증상과 병변 재발에 대해 억제 및 조절 효과, 장기 복용 시에도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어 환자의 증상 및 임신 계획 등을 고려해 약물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 또 수술적 치료 이후에도 장기적인 약물 치료가 권고된다”고 강조했다.
비잔은 자궁내막증 1차 치료제로 권고되는 디에노게스트 성분의 약물 치료 옵션이다. 다수의 글로벌 임상연구를 통해 초경 후 청소년부터 모든 연령대의 자궁내막증 환자에서 장기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비잔은 환자 80% 이상에서 자궁내막증 관련 골반 통증(EAPP)을 개선시키며 건강 관련 삶의 질(HRQoL)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 비잔은 15개월 이상 장기 치료시에도 단기 치료 대비 안전성에 차이가 없어 안정적인 치료 옵션임을 확인했다.
국내외 자궁내막증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들도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유럽생식의학회(ESHRE)나 영국 국립보건원(NICE)은 자궁내막증 관리는 수술이 아닌, 약물 치료가 1차 치료 접근법이 돼야 하며, 최적의 치료를 위해서는 개별화된 환자 중심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한자궁내막증학회도 2022년 임상 진료 지침을 개정하고 진단에서는 MRI와, 치료에서는 바로 수술이 필요한 특정 고위험군을 제외하고는 장기 약물 치료를 우선 권고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청소년기부터 폐경기까지 여성의 생애주기별 자궁내막증의 진단과 치료 전략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청소년기에는 월경통이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만큼 통증만으로 진단까지 이어지기 어려워, 성인보다 진단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약 2~3배 더 길게 보고된다. 그러나 초경 연령이 낮아질수록 청소년의 자궁내막증 발병률이 높아지고,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되어 만성 질환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는 똑같이 중요하다.
가톨릭의대 송재연 교수는 “청소년기 만성 또는 비주기적 골반통이나 월경통, 메스꺼움, 배뇨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며 “여성 청소년이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될 경우에도 가이드라인에 따라 경구피임약 또는 비잔과 같은 프로게스토겐 약물 치료가 1차로 권고된다”고 밝혔다.
송 교수가 공유한 자료에 따르면, 별도의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한 청소년기 자궁내막증 치료에 있어 비잔의 효과는 성인과 유사하게 나타났다. 12세 이상, 18세 미만의 자궁내막증 환자 111명을 대상으로 비잔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해 진행한 연구 결과, 비잔 치료 동안 청소년 환자의 자궁내막증 관련 통증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난소의 예비력 보존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도 입증됐다.
송 교수는 “골미네랄밀도(BMD)도 치료 48주에서 요추 BMD가 1.2% 정도 감소했으나 치료 종료 후 6개월 후에는 다시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돼 걱정할 수준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자궁내막증은 폐경 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연구에 의하면 폐경주변기 연령대에서는 진행성 자궁내막증(3, 4기)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 폐경 전후의 불분명한 골반 통증이 있는 경우 자궁내막증의 위험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유럽생식의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갱년기 여성의 자궁내막증 치료에서 수술 요법을 1차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며,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 또는 재발하는 경우 수술 후 약물 요법을 통한 관리를 권장하고 있다.
가임기 여성에서의 자궁내막증 치료는 향후 임신 계획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 자궁내막증은 그 자체로도 난임이나 난소의 기능 손상 위험을 지닌다. 반복적인 수술 역시 난소의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술에 대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보라매병원 이다용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으로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며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는 가임기의 젊은 여성은 당장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점차 저하되는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며, 난소 잔여 기능 감소 위험과 미래의 난임 위험에 대해 주의 깊게 평가하고 가임력 보존 치료에 대한 적절한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자궁내막증 질환은 30~39세 가임기 여성에서 가장 많은 유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잔은 2011년 자궁내막증 치료 목적으로 국내에서 허가 받았으며 복강경검사 등으로 자궁내막증이 확진된 경우, 초음파검사 또는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진단된 환자로서 난소, 직장, 방광에 자궁내막증이 생긴 경우 급여가 적용된다. 이 치료제는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에 미치는 성장 효과를 줄임으로써 자궁내막증을 가진 여성들이 겪는 골반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경구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