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뎅기열 백신, 소규모 임상시험서 약효 확인

31명 대상 인체 챌린지 시험서 최대 용량일 때 예방효과

[사진=뉴스1]

알약으로 복용하는 뎅기열 백신 후보 물질이 31명의 자원봉사자 대상의 소규모 임상시험에서 예방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열대의학 및 위생학회((ASTMH) 연례 회의에서 소개된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사람들에게 바이러스 주사를 맞도록 요청하긴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쇠약해진 바이러스라 할지라도.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원의 전염병 전문가인 안나 더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2000~30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이를 감행할 자원봉사자 31명을 모집했다. 미국의 건강관리업체 존슨앤드존슨(J&J) 산하 제약사인 얀센이 개발한 경구용 뎅기열 백신 후보물질 JNJ-1802가 약효를 발휘하는 정확한 양과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다.

뎅기열은 모기를 매개로 한 바이러스 감염병이다.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에서 어린이의 주요 입원 원인 중 하나로 매년 약 39000만 명이 감염되고 약 1만 명이 사망한다.

뎅기열에 대해선 현재 치료제는 없고 2종류의 주사제 백신이 있다. 지난 2015년 사노피에서 출시한 뎅박시아와 지난해 일본 제약사 다케다에서 개발한 4가 백신 큐뎅가. 큐뎅카는 인도네시아, 유럽과 브라질에서 사용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미국 FAD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뎅기열은 4가지 혈청형이 있다. 1가지 혈청형에 감염됐어도 다른 혈청형에 대한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큐뎅가가 4차례나 주사를 맞아야 접종 완료되는 이유다. 또 충분한 면역력을 형성하는 데 여러 번 접종하고 수개월이 걸린다고 J&J의 신종 병원체 R&D 팀장인 바이러스학자 마닉스 판 록은 밝혔다.

JNJ-1802는 뎅기열 바이러스가 스스로를 복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두 가지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억제한다. 그래서 뎅기열이 발병하는 동안 그리고 약을 복용하는 기간 동안 사람들을 빠르게 보호할 수 있어 백신뿐 아니라 치료제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록은 말했다.

J&J는 그 임상시험을 더빈 교수 연구진에 의뢰했다. 더빈 교수 연구진은 백신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양이 어느 정도일 때 적절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제된 인체 감염 모델’또는 ‘인체 챌린지 시험’에 먼저 착수했다. 연구진은 과거에도 뎅기열 및 지카 백신을 테스트할 때도 이 전략을 사용한 바가 있다.

참가자들은 5일 동안 세 가지 용량의 약물 또는 위약 중 하나가 포함된 알약을 복용한 후 일반적으로 발진을 일으키지만 다른 증상은 거의 없는 뎅기 바이러스 변이주사를 맞았다. 그런 다음 21일 동안 약물 또는 위약을 계속 복용했다.

해당 뎅기 바이러스는 4가지 혈청형 중에서 제3형에 해당한다. JNJ-18024가지 혈청형에 모두 효과가 있지만 제3형에 가장 민감성이 떨어지기에 제3형에 효과가 있으면 다른 세 가지 혈청형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판단 하에 제3형을 골랐다고 더빈 교수는 설명했다.

임상시험 결과 저용량 또는 중간 용량의 약물을 복용한 사람은 여전히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가장 높은 용량을 복용한 10명 중 6명은 감염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4명은 저용량 그룹보다 바이러스가 더 느리게 증식했으며 3명만 증상이 나타났다. 심각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JNJ-1802는 최고 용량에서 감염을 완전히 예방하거나 바이러스 복제를 제한하는 등 바이러스에 대해 대체로 효과적인 방어막을 제공했다”고 결론지었다. 더빈 교수는 이 약물이 “특정 환경에서는 예방적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 현재 뎅기열이 유행하는 지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2기 임상시험에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판 록 팀장은 앞서 진행된 1상 임상시험에서 약물의 안전성은 입증됐으며 현재 라틴 아메리카 및 아시아 10개국에서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위약 대조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결과는 2025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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