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취한 것 같지만...술 한잔만 마셔도 '불순한 행동' 위험
폴란드 실레지아대 연구진 실험 결과
술을 마시면 왜 평소에 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걸까? 술을 마시면 왜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커질까? 도대체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서 이러한 행동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까?
학술지 《정신약리학(Psychopharmac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단 한 잔의 강한 술도 해롭거나 불순한 행동에 가담하려는 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 실레지아대의 연구진은 알코올과 도덕적 기초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기 위해 알코올 그룹, 위약 그룹, 대조군 등 세 가지 그룹으로 구성된 실험실 연구를 설계했다. 도덕적 태도를 평가하기 위해 주로 도덕적 기초 설문지에 의존했던 이전 연구와 달리, 연구진은 도덕적 기초의 신성화에 초점을 맞춘 도덕적 기초 신성화 척도(MFSS)를 선택했다.
MFSS는 참가자들에게 배려, 공정성, 충성심, 권위, 순수성 등 다섯 가지 핵심 도덕적 기초를 위반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모르는 아이의 손바닥에 핀을 꽂거나(배려 기반 위반) 부모 얼굴에 욕을 하는(권위 기반 위반) 등의 행동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 물었다. ‘공짜로 해주겠다’부터 ‘100만 달러를 주면 해주겠다’까지의 척도로 응답을 받았으며, 금액에 상관없이 거부할 수 있는 옵션도 있었다.
실험에는 329명이 참가했다. 18~52세인 참가자들은 연구 전 24시간 동안 술을 마시지 말고, 약물을 복용하지 말고, 최소 3시간 동안 음식을 먹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연구진은 음주 측정기로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참가자가 술에 취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실험은 참가자들이 10분 이내에 각자의 음료를 마시는 것으로 시작됐다. 알코올이 흡수될 시간을 주기 위해 모든 참가자에게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영화 두 편을 보여줬다. 영화가 끝난 뒤 참가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다시 측정해 알코올 섭취 그룹의 중독 여부를 확인했다. 위약 그룹에게는 알코올을 마신 것 같은 착각을 유지하기 위해 특수 설계된 고장 난 음주 측정기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이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대조군 그룹은 실험군 그룹에 비해 배려와 순결에 대한 성화화 수준이 높았다. 특히 대조군 그룹은 알코올 그룹에 비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에 대한 저항력이 더 강했고 불순한 행동을 하려는 의지가 낮았다.
반면 술에 취한 참가자들은 '동물처럼 행동하는 이벤트에 참가'하거나 ‘알몸으로 돌아다니고 무대에서 소변을 보는’ 등의 불순한 행동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더 강했다.
실레지아 대학교 부교수인 파루젤-차추라는 “술에 취한 사람들은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부도덕한 일을 하고 싶어 한다”며 “연구 결과는 단 한 잔의 술도 개인의 옳고 그름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쳐 비도덕적이라고 여길 수 있는 행동에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알코올은 수세기 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고 많은 문화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놀랍게도 알코올이 인간의 도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한 연구는 거의 없다”며 “이 주제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