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임신부 소변 '임테기' 팔아요"...가짜 악용은 어쩌나
장난용 가짜 임신테스트기 외에...실제 임신부가 테스트했던 임테기도 판매 악용할 수 있어
역대급 스캔들 전청조 사기 ‘드라마’ 속에서 남현희를 속인 가짜 임신테스트기는 한때 미국에서 인기를 누렸던 ‘프랭크prank(남을 놀라게 하는 장난)’ 장난감 중 하나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에서 검색해보면 이를 이용한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남자친구에게 임신했다고 속여 그 반응을 즐기는 영상들이 주로 많다.
실제로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는 ‘임신’ 갈망은 다른 이의 ‘돈벌이감’이 되기도 하고, 결혼사기, 복수극에 이용되기도 한다. 가짜 임신테스트기가 해외에서도 논란이 되자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가짜 임신테스트 구매해서 실제로 악용하는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가디언지는 “가짜 임신 테스트기는 누가 소변을 보더라도 양성 반응이 나오도록 고안돼 남성이 파트너에게 소변을 보고 임신했다고 속일 수도 있다”며 “이것으로 양성 평등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한 “이 테스트기의 용도로 가장 확실한 것은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여성이 원하는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덫'을 놓는 것에 있다”며 가짜 임신 테스트기로 결혼 사기극을 벌일 수도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전청조-남현희 스캔들이 딱 들어맞는 예시다. 남현희는 전청조에게 속아 자신이 임신한 줄 알았다고 전했다. 그는 "전청조가 주는 임신테스트기로 검사하면 항상 두 줄(양성 반응)이 나오더라. 전청조가 준 임신테스트기가 다 가짜였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라고 말했다. '성전환 수술을 한다고 해서 정자가 생기는 것은 아닌데 임신했다는 전 씨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그러니까 이상했다. 임신테스트기가 두 줄이 뜨니까 의문이었다. 산부인과에 가서 진단을 받으려고 했는데 (전청조가) 계속 막아서 못 갔다. 전청조가 책임지겠다며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전청조가 ‘책임 용도’로 사용한 가짜 임신테스트기는 현재 온라인 직구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들 가짜 테스트기의 가격은 2000원~8000원대. 테스트기를 물에 20초 동안 담그면 3~5분 사이에 두 줄이 나타난다.
실제 임신부 양성 임신 테스트기 판매-구매하는 일도
가짜 임신테스트기와 달리 실제 임신한 사람이 자신의 소변을 묻혀 두줄이 나온 임신 테스트기를 판매하는 행태도 벌어진다. 임신 테스트기는 임신 유무를 확인하는 간편한 방법이지만, 표시가 남아있다 보니 다른 이의 임신테스트기를 가지고 충분히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원래의 임신테스트기는 수정 후 나오는 성선자극호르몬(HCG)를 소변에서 확인해 임신여부를 알려주는 원리다”며 “HCG를 항원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임신진단테스트기 내에 넣어둔 상태로 소변을 끝에다 떨어뜨리면 항원-항체반응이 일어나 줄에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주웅 교수는 “임신한 어떤 여성이 테스트를 완료한 임신 테스트기를 몰래 거래하여 보험이나 직장 휴가 등에 악용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구매한 실제 임신 테스트기로 초기에 임신한 척하다 일련의 혜택을 받고 유산했다고 말을 바꾸는 등의 경우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확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은 이상, 타인을 속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모두 드러나진 않지만 암암리의 거래에서 임신 양성이 나온 임신 테스트기를 20~25달러 정도로 판매하는 일도 외국에서 흔하다. 영국에서는 한 판매자가 실제 양성이 나온 임신테스트기를 1년간 29개 판매하기도 했다. 다른 실제 양성 테스트기를 판매하는 업체 2곳은 보도매체 가디언의 연락을 받고 광고를 내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판매자는 실제 소변으로 나온 임테기 양성 상품에 대해 꼼꼼한 설명과 함께 판매를 게시하면서 “이 양성 임신 테스트기로 친구와 가족에게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라는 유쾌한(?) 멘트를 적어놓기도 했다고.
해외에선 가짜 초음파도…도가 지나친 임신 장난 및 사기
'임신'을 가장하기 위해 가짜 임신테스트기 뿐 아니라 가짜 초음파도 성행한다. 실제로 몇 년 전에는 미국에서 한 10대 소녀가 남자친구와 가족들에게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고 거짓말해 수천달러의 금품을 받아낸 일로 떠들썩하기도 했다. 당시 16세였던 소녀는 인터넷에서 가짜 초음파 사진을 구매하고, 복부 실리콘 등을 넣어 임신한 척 꾸몄다. 초음파 사진은 사이트에서 약 23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2022년에 할리우드 배우 톰 홀랜드와 열애 중인 젠 데이아가 임신설에 휩싸인 적이 있다. 다름아닌 가짜 초음파 사진 때문이었다. 일부 틱톡커들이 가짜 초음파 사진으로 마치 젠 데이아가 올린 것처럼 꾸며 톰 홀랜드 젠 데이아 커플의 임신설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저스틴비버는 2019년에 자신의 인스타 그램에 아내 헤일리의 태아 초음파 사진을 게재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만우절 거짓말로 가짜 태아 초음파 사진을 올렸던 것이다. 이처럼 가짜 임신테스트기 뿐 아니라 가짜 초음파 사진을 이용한 만우절 개그가 해외에서 한 때 퍼져나가기도 했다.
출산 과정 남기는 기록물...이익을 위해 악용되는 일 없어야
임신은 생명 탄생의 과정이다. 세상에 한 아이가 태어나는 '존재 증거의 과정'이기도 하다. 출산하기까지 그에 맞는 진단 및 치료 등이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남겨지는 '증거 목록'들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사기 사건으로 발각되지 않은 이상, 암암리 악용에는 따로 제재가 없다.
주웅 교수는 “임산부는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배려 대상으로, 이 대상이 되기 위해 진짜가 아닌 가짜로 임신한 척하는 일은 사회적 질서를 해치는 것이다”고 일침했다.
한편,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문제가 된 가짜 임신 진단 테스트기가 해외 직구 등을 통해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관세청과 협업해 중점 관리 대상 물품으로 지정하고 수입 통관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임신가지고 장난치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