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면 술 빨리 깰까?"...몸속에 술 머무는 시간 따져보니
알코올 1 표준잔 제거하는 데 약 1시간, 속도 빠르게 할 방법은 없어
어제 저녁 과음을 한 탓에 아직 머리는 조금 아프지만 술은 다 깬 것 같은 느낌이다. 몸에서 술냄새도 안 나는 듯 하고, 아침엔 따뜻한 커피도 한 잔 마셨다. 운전해도 될까?
술을 마시면 판단력과 행동이 느려지고, 별로 취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반응이 느려지고 거리낌이 없어진다. 이럴 때 운전을 하는 등 섣부른 행동을 했다가는 돌이키지 못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자신은 멀쩡하다고 여기지만, 실제 체내에는 알코올이 머물러 통제를 못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술을 마신 후 알코올이 우리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영국 매체 ‘더선(The Sun)’ 등에 소개된 내용을 토대로 알아본다.
우리 몸은 알코올을 어떻게 처리할까?
우리 몸이 알코올을 소화하고 대사하는 과정은 꽤 단순하다. 일단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소화기관으로 들어가 위와 소장으로 이동한다. 알코올의 약 20%가 위를 통해 흡수되며, 남은 80%는 대부분 소장에서 흡수되어 혈류로 들어간다. 혈액으로 들어간 알코올은 몸 전체로 빠르게 이동하는데, 이것이 술을 마시면 다양한 신체 기관에 영향이 가는 이유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 대부분은 마지막에 간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대사가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간은 한 시간에 1 표준잔(아래 설명)을 처리할 수 있다. 이 이상을 마시면 포화상태가 되어 추가로 들어온 알코올은 대사가 될 수 있을 때까지 혈액 및 기타 조직 내에 쌓인다. 이런 일이 너무 자주 혹은 너무 빠르게 일어나면 뇌와 신체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
술은 체내에 얼마나 오래 머물까?
우선, 마신 술의 양을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표준잔(standard drink 혹은 unit)’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표준잔은 술의 종류나 잔의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음주량을 측정하기 위한 기준 단위다. 즉, 술의 종류마다 알코올 농도가 달라 술의 양(부피)만으로 가늠이 잘 안되기 때문에, 술에 함유된 순수알코올량(g)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표준잔을 순수알코올량 10g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국가별·기관별 기준이 상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복지부 ‘음주폐해예방 실행계획(2018)’에서 순수알코올량 7g을 1 표준잔으로 정의한 바 있다. 예를 들어 보면, 알코올 농도(도수)가 4.5%인 500ml짜리 캔맥주 1캔에 들어있는 알코올은 약 18g이다. 1 표준잔을 7g 기준으로 할 경우, 약 2.6 표준잔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영국 NHS(국립보건서비스)에 따르면, 간이 체내에서 알코올 1 표준잔을 제거하는 데에는 약 1시간이 걸린다. 500ml짜리 맥주 1캔을 마시면 약 2~3시간 정도는 몸 안에 남아있게 된다는 얘기다.
음주 측정을 했을 경우에는 어떤 측정 방식을 사용하는지, 얼마나 술을 자주 마시는지에 따라 몇 시간 동안 감지될 지가 달라진다. 가령 혈액 검사로는 알코올이 최대 12시간 동안 측정될 수 있다. 호흡으로 측정할 경우에는 24시간까지도 나타날 수 있다. 소변은 술을 마신 후 12~24시간 정도, 타액에는 약 12시간 동안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마셨든, 조금이라도 술을 마셨다면 운전은 절대 하지 않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숙취가 덜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체내에 알코올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단순히 몸의 컨디션으로는 알 수 없다.
음주에 관한 조언과 정보를 제공하는 영국의 자선단체 ‘드링크어웨어(Drinkaware)’의 최고 의료고문인 피오나 심 박사에 의하면, 체내 알코올 양은 세 가지 요인에 달려있다. 첫 번째가 마신 술의 양, 두 번째가 경과한 시간, 세 번째가 신체가 알코올을 제거하는 속도다. 앞서, 알코올이 시간 당 약 1 표준잔의 속도로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체격, 성별, 간의 상태, 신진대사, 스트레스 여부, 식사량 등 모두가 알코올이 처리되는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자고 나면 알코올이 모두 없어질까?
잠을 자고 나면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진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수면은 알코올이 혈류에서 빠져나가는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단지 잠을 잤다고 해서 알코올의 영향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점을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술집에서 술을 마신 후 운전을 하지 않을 많은 운전자들이, 다음날 알코올이 그들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단순히 그 영향을 무시하는 선택을 한다.
커피나 물을 마시면 알코올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빨라질까?
드링크어웨어는 알코올이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단언한다. 해당 단체는 “커피를 마시거나 찬물로 샤워를 하는 건 알코올을 제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분이 약간 달라질 수는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알코올은 제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몸에서 알코올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조금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물을 마시면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된다. 두 가지 모두 숙취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체내의 알코올 양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전날 밤에도 마찬가지다. 자기 전 물을 마시면 다음날 아침 머리가 덜 아플 수는 있지만, 체내 알코올 수준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