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기업, 1000원 매출 올리려 917원 썼다
코메디닷컴-코스트제로, 367개사 비용지출 조사...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율 7.1%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1>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은 1000원어치 제품을 팔면서 생산과정에서 원재료비, 생산비 등으로 평균 567원을 쓰고 임금, 연구개발비, 판촉비 등 판매관리비로 35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기업당 평균 83원을 영업이익으로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었지만 이자비용조차 벌지 못하는 기업도 즐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헬스케어 산업 특성상 신기술-신약 개발에 사활을 건 기업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코메디닷컴(대표 이성주)과 코스트제로(대표 고경수)는 27일 국내 367개 헬스케어 기업들의 2022년 결산자료를 전수 조사한 비용진단 데이터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상장사 중에서 제약-바이오-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관련 사업을 하는 곳을 추려낸 것이다. 네이버페이증권이 분류한 전체 79개 업종 가운데 제약 166개, 건강관리장비와용품 90개, 생물공학 58개, 생명과학도구및서비스 36개, 건강관리기술 11개, 건강관리업체및서비스 6개 등 모두 6개 업종 367개 기업이 해당됐다.
조사 항목은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외비용 등 손익계산서의 비용 항목이 대부분 포함됐다. 이를 통해 업종별, 비용별로 어느 기업이 어느 순위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조사 자료는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지환 KAIST 경영공학 교수는 “매출을 10% 늘리는 것보다 비용을 10% 절감하는 것이 이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분석은 효율적 비용 지출 자극제로 작용해 기업들의 경영 내실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견제약사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를 망라해 원가와 비용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 기업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원가비율 56%...SK바이오팜 17.9%
조사에 따르면 전체 367개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은 62조7882억원이었다. 기업당 평균 1710억원 꼴이다.
매출원가는 35조6183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56.7%다. 1000원 어치 제품을 팔았는데, 생산과정에서 원재료 구입과 공장 가동 등에 567원을 쓴 셈이다.
업종별로는 제약업의 매출원가 비율이 59.4%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건강관리기술업 56.6%, 생물공학업 53.6%, 건강관리장비와용품업 50.1%, 건강관리업체및서비스업 49.6%, 생명공학도구및서비스업 41.3% 순이었다.
제약업의 매출원가 비율이 조금 더 높은 것은 원재료-반제품 구입과 의약품 수입에 많은 비용을 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 1000억원 이상 기업 중 원가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17.9%(매출 2194억원, 매출원가 385억원)를 기록한 SK바이오팜이었다. 매출 100억원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지노믹트리는 16.3%(매출 298억원, 원가 48억원)에 그쳐 최고 원가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출 100억원 이상 기업 중 HLB생명과학과 아이큐어 등은 매출원가 비율이 100%를 넘었다. 1000원 어치 제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1000원 이상 돈을 쓴 셈이다.
판매관리비는 모두 21조9610억원으로 집계돼 매출액 대비 35.0%를 기록했다. 이는 367개 기업이 한 해 동안 판매 활동과 회사조직 운영 등에 쓴 금액이다. 임직원 급여, 복리후생비, 교육훈련비, 광고선전비, 임차료, 지급수수료, 감가상각비, 대손상각비, 접대비, 경상연구개발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건강관리기술업과 생물공학업이 각각 69.5%와 68.4%여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건강관리장비와용품업은 26.0%, 생명과학도구및서비스업은 35.5%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였다.
♦생물공학업, 매출 23%를 R&D에 투자
헬스케어기업들이 지출한 경상연구개발비는 매출액 대비 7.1%를 기록했다. 전체 판관비 중에서 인건비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컸다.
이같은 연구개발비 비율은 게임-IT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최상위권이다. 글로벌 신물질-신약 개발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거나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솔루션을 연구하는 등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기술특례 상장사들이 많아서다.
특히 생물공학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23.3%, 건강관리기술업의 연구개발비 비율은 13.6%였다. 이는 국내 대표 연구개발 기업인 삼성전자의 8.2%를 넘는 수치다.
매출이 제로이거나 수억원, 수십억원에 그치는데도 수백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기업도 드물지 않았다.
제약업종으로 분류된 메드팩토는 매출이 한푼도 안되지만 연구개발비로 319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이 1억원 미만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309억원을 썼다.
생물공학업에 속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5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연구개발비로 560억원을 썼다. 유한양행에 알레르기 치료제 기술을 이전했던 이 회사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무려 1600%였다.
673억원 매출을 올린 에이비엘바이오는 매출의 70%가 넘는 484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건강관리기술업 중 CJ바이오사이언스는 연구개발비 비율이 499%, 루닛은 132%를 자랑한다.
전제 367개 기업 중 연구개발비 톱 기업은 1913억원을 쓴 녹십자였다. 종근당(1763억원), 대웅제약(1636억원), 한미약품(1543억원), 셀트리온(1379억원), SK바이오팜(1254억원), 일동제약(109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일부 기업, 번 돈으로 이자비도 감당못해
367개 헬스케어 기업들은 지난해 영업외비용으로 5조1449억원을 지출했다. 매출 대비 8.2%로, 연구개발비(7.1%)보다 컸다.
영업외비용은 주요 영업활동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부수적 활동에 사용된 돈이다. 이자비용, 유가증권평가손실, 외환차손, 잡손실 등이 해당한다.
헬스케어 기업들은 영업외비용 중 이자비용으로 매출의 1.49%인 9347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생물공학업의 이자비용은 업계 평균의 3배가 넘는 4.78%나 됐다.특히 파로스아이바이오는 3억원 매출에 이자비용으로 32억원을 써 매출 대비 이자비율이 1073%였다. 942억원 매출을 올린 EDGC는 102억원, 642억 매출을 거둔 메디포스트는 82억원을 이자 갚는데 썼다.
‘이자비용 폭탄’에 신음하는 기술특례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영업적자가 거듭되는 상황에서 이자비용까지 늘어 막다른 골목에 몰린 기업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2로 이어집니다]
알찬 좋은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