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위험 껑충 뛴다는데...한국 노인 17개국 중 '꼴찌'
수면시간도 최하위권, 수면의 질은 가장 낮아
한국 노년층의 수면 건강에 경고음을 울리는 통계가 나왔다. 세계 17개국 노인 중 가장 못 자고 수면시간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삼성전자는 삼성리서치가 건강관리 플랫폼 '삼성 헬스'를 통해 전 세계 17개국 65세 이상 노년층의 수면 점수와 걷기 점수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우리나라 노년층은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30분(390분)에 그쳤다. 전 세계 평균인 423분보다 33분 짧은 시간이었다. 조사 대상국 중 우리나라 노년층보다 짧게 자는 것은 인도의 노년층(386분)이 유일했다.
특히 한국 노년층은 수면의 질 측면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삼성 헬스는 알고리즘을 통해 수면의 질을 '수면 점수'로 수치화하는데, 우리나라 노인은 평균 63.4점이었다. 전체 평균인 64.9점은 물론, 평균 수면 시간(459분)과 수면 점수(66.3점)가 가장 높았던 핀란드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수면 중 깨는 시간으로 측정하는 '수면 효율' 측면에서도 노년층의 점수 하락폭이 컸다. 수면 효율 점수는 전체 수면 시간 중 깬 시간을 제외하고 실제로 잠을 잔 시간을 백분율(퍼센트)로 환산한 값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은 올해 평균 50분 6초나 잠에서 깼다. 지난해 48분 48초보다 늘어나면서 수면 효율 점수도 87.86점에서 87.49점으로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남성(-0.26점)보다 여성(-0.47점)이, 20대(-0.47점)와 30대(-0.37점)보다 70대 이상(-1.12점) 등에서 수면 효율 점수의 하락폭이 더 컸다.
반면, 한국 노인들의 하루 평균 걷는 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길었다. 우리나라 노년층이 하루 평균 걷는 시간은 60.7분으로 전체 17개국 중 유일하게 1시간을 넘었다. 전체 평균인 43.8분보다도 약 17분 상회했고, 걷는 시간이 가장 짧았던 브라질 노인(33.2분)과 비교하면 2배에 육박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노인들의 평균 걷기 시간이 한국인 전체 연령별 순위에서도 1위를 기록한 것이다. 심지어 20대(60.4분)보다 길었다.
해당 조사는 삼성전자의 선행 연구개발(R&D) 조직인 삼성리서치가 10월 '노인의 달'을 맞아 진행했다. 삼성 헬스 내 7억 1600만 개의 사용자 기록을 토대로 산출했다.
'걷는 것'만큼 중요한 '잘 자기'
미국 국립수면재단(NSF)은 최소 수면 권장 시간을 7시간으로 제시한다. 다만, 이번 통계에서 해당 기준에 충족하는 대륙 지역은 유럽(7시간 14분)과 북미(7시간)밖에 없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34분에 그쳐 다른 대륙 중에서 가장 잠을 못 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건강 측면에서 수면 문제는 다른 연쇄적인 건강 불이익을 가져온다. 수면장애는 모든 연령대가 겪긴 하지만, 신체 노화의 영향으로 노인층에서는 특히 많이 발생한다.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약 55세 이후부턴 뇌에서의 분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년층이 일찍 자고, 일찍 깨는 현상을 일상적으로 겪는 것이다.
수면장애가 지속하면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질환을 야기할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대한치매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수면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이 49%나 높았다.
이외에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 행동장애 등의 수면장애 증상도 주의해야 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일상적으론 피로감과 아침 두통, 무기력감,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우울감 등을 유발하지만, 장기적으론 치매를 비롯한 인지장애와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나 당뇨 등의 심각한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신체의 운동기능 이상과 관련이 있는 하지불안증후군과 렘수면 행동장애 등도 주의해야 한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얕게 잠든 렘수면 시간 동안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며 꿈과 관련된 과도한 움직임과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해당 질환은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일수록 흔하게 발생하는데, 파킨슨병과 같은 다양한 신경계 퇴행성 질환과 연관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