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20...시험 볼 때 머리가 하얘져서 당황한다면

2024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지난 10월 시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광주=뉴스1]
수능이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모두가 시험을 잘 보고 싶어 하고, 노력한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원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시험장 안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동안 공부했던 것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왜 놀랐을까? 솥뚜껑이랑 자라등껍질이랑 비슷하고 징그러워서? 찾아보니, 자라 머리쪽을 솥뚜껑 손잡이인줄 착각하고 손을 내밀었다가는 자라가 손가락을 물게 되는데, 자라는 한번 문 손가락은 손가락이 잘려나갈 때까지 잘 안 놓았다고 한다. 그 당시 위생 상황이나 의학적 치료가 잘 안되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죽을 뻔한 경험이다. 인류 진화의 원리상 죽을 뻔한 기억을 쉽게 잊기란 힘들다.

이렇게 경험된 삽화적 기억들이 속담의 형태로 내려온 것이다. ‘죽을 뻔하다’는 느낌은 어떠한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간 이라는 부위에서 뇌를 각성 시키는데 쓰이는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전두엽에 고농도의 상태로 유지시킨다. 이렇게 되면 전두엽의 고유 기능인 집중력, 계획, 의사 결정, 통찰력, 판단, 기억 회복, 작업 실행 등의 인지 능력 통제 센터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멈추게(mind blanking;머리가 하얘지는) 만든다. 뇌하수체라는 곳에서 부신으로 신호를 보내어 우리 몸의 스트레스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올리게 되고, 교감신경계는 매우 활성화 된다. 그렇게 되면 식은땀도 나고, 심장도 두근거리고 옛 기억을 뇌의 심부에 오랫동안 저장해 놓고 두고두고 써먹게 진화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슷하게 생겨 보이는 상황이면 상황 의존적 기억이 떠오르게 되고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이 또 올라가고, 교감신경계가 활성화 되어서 빨리 도망가거나 싸우라는 몸의 신호를 주게 된다. 이런 것은 학습되고 유전적으로 코딩이 되어서 대대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갑자기 닥치면 예방과 치료는 어떻게 할까?

모든 증상이나 질병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부터 발생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평소에 예민하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면, 자율신경계, 스트레스 호르몬 관리를 통해서 예방할 수 있고, 급작스러운 자율신경계 과잉이라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처방을 받은 약물 치료가 증상 해소에 바로 적용 될 수 있다.

뇌의 해마라고 하는 기억 저장소가 있는데, 그곳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용체가 두가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 저농도 수용체와 고농도 수용체가 있는데 저농도 수용체가 활성화 되면 기억이 잘 된다. 이것은 적당한 정도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오히려 기억을 항진시킨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외부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예민하거나 불안한 사람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고농도로 나오게 된다. 그럼 해마에서는 고농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가 활성화 되어서 오히려 기억 저장을 방해하게 된다. 고농도의 스트레스 호르몬 상태가 오랫동안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지 되면, 뇌세포도 위축이라는 현상이 오게 되고 손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경적 영향과 유전적 영향에 의하여 뇌세포의 구조적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 최신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고, 이것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라고 불리고 있다. 즉 뇌세포도 매일매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뇌세포로 이루어진 뇌라는 우리 몸의 기관도 관리가 필요하다. 모두 알고있는 규칙적인 생활, 운동, 적절한 영양 섭취, 명상, 감사하기, 필요할 때 정신의학적 치료 등 모두가 도움이 되는 것들로 밝혀져 있다.

항우울제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정상화에도 기여하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교감신경계 차단제 등의 약물치료로 급성 증상은 완화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 관리와 자율신경계 관리를 통하여, 전두엽과 해마를 포함한 뇌의 효율화를 이루어 내면 수험생이 공부는 좀 더 효율적으로, 적어도 노력한 만큼은 결과를 이루어 내지 않을까 싶다.

글=성명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국립법무병원 법정신의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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