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의 나라' 덴마크, 한국 보건·의료 주목한 이유?
주한덴마크대사관 랜디 멍크 야콥슨 보건의료 참사관 인터뷰
"한국은 덴마크 정부가 통계와 분석을 통해 파트너로 낙점한 국가다."
보건의료 선진국 덴마크가 한국과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출범한 한국-덴마크 병원 네트워크를 비롯해 다양한 교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9월 덴마크 고령부 장관은 한국을 찾았다. 보건정책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교류·협력 등을 목표로 한 해외순방의 첫 목적지도 한국이었다. 보건의료 분야만을 담당하는 참사관 파견은 덴마크 정부의 강력한 협력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1년 보건복지부는 덴마크와 보건의료분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과 덴마크는 2013년에 처음으로 보건의료분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에도 4차례의 정책협의회와 양국 간 면담 등을 진행했다. 질병 양상 변화에 대한 대처 및 정보기술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과제에 대한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메디닷컴은 주한덴마크 대사관에서 랜디 멍크 야콥슨 보건의료 참사관을 직접 만났다. 2022년부터 한국에서 근무하는 야콥슨 참사관은 병원은 물론 정부, 국회, 학계, 환우회 등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네트워크 구축,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한국의 효율적인 운영과 혁신, 덴마크가 배워갈 부분
덴마크는 제약뿐만 아니라 보건의료에서도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고한 무상의료 체계와 체계적인 지자체별 커뮤니티 시스템 덕분이다. 모든 환자는 1차 의료기관을 통해 주치의를 배정받는다. 의사는 환자들의 질료는 물론 비대면 예방관리, 상급의료기관 연계 등 역할을 한다.
다만 저출산·고령화가 계속되면서 덴마크의 시스템도 한계점을 맞고 있다. 야콥슨 참사관은 한국 병원들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혁신은 덴마크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 중 하나라고 짚었다.
Q. 보건의료만을 담당하는 참사관을 파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덴마크는 왜 한국과의 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나?
덴마크 외교부는 몇년 전 (보건의료와 관련해) 여러 나라에 대한 분석과 조사를 한 바 있다. 어떤 국가가 덴마크의 발전과 혁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때 적합한 국가로 낙점된 국가가 바로 한국이었다. 기술적인 부분도 뛰어났지만, 한국 의료 인력의 교육 수준이 경제개발혁력기구(OECD) 국가들을 기준으로 해도 매우 높았다.
게다가 수출에 있어서도 양국은 매우 강력한 파트너다. 물론 덴마크는 유럽에 있는 많은 국가들과 협력을 할 수도 있었지만, 산업을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덴마크는 우리와 상호보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혁신과 발전을 도와줄 수 있는 국가를 원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부분을 가진 나라를 찾고자 했으며, 그 결과 선택된 나라가 한국이다.
Q. 한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보나?
한국의 병원은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특히 인력 운영의 효율성이 뛰어나다. 똑같은 파트에 투입되는 인력이 덴마크가 8명이라면 한국은 2~2.5명에 불과하다. 덴마크는 이런 운영에 대해 좀더 배우고자 한다. 로봇이나 기타 장비 도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도 적은 인력으로도 어떻게 운영이 가능한 지 알고싶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덴마크의 출산율도 낮아지고 일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론 이민이라는 대안도 있지만, 인구 유입을 마구잡이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덴마크 정부는 효율적 보건의료 시스템 구축에 관심이 많다.
Q. 보건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노인은 늘어나는 데 돌봄인력은 줄고 있다. 특히 간호와 돌봄을 함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같이 돌봄 노동을 하려고 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때문에 정부는 이들 직군의 고용을 쉽게 하기 위해 임금인상이나 근무조건 개선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있다.
Q. 한국-덴마크 병원의 협력이 가지는 시너지 효과는?
덴마크 측은 '혁신' 부분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고 있다. 한국 병원들은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으고, 매우 큰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덴마크의 병원들은 병원 혁신을 시작한 지 10년 정도밖에 안됐다. 때문에 이런 혁신의 과정이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부분들이 있기에 한국 병원들의 경험을 많이 배워갈 수 있다고 본다.
한국 역시 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병원 시스템 구축에 대해 배울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덴마크의 간호 정책과 다양한 질병 예방정책들은 참고할 만 하다. 특히 덴마크는 병원보다는 집에서 치료받는 비대면 재택 진료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가 집에 있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회복도 더 빠르다. 물론 예산 측면에서도 집에서 치료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Q.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었을 것 같은데, 부작용은 없나?
덴마크에서 약 25%의 진료가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감염의 위험에서도 안전하다. 약물 오남용이나 과다처방 등은 당연히 강력하게 통제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덴마크 의료진들은 성급한 약물 처방을 경계한다. 환자 스스로의 회복력에도 무게를 싣는다. 덴마크는 투명한 시스템과 강한 통제 하에서 비대면 진료를 운영하고 있다.
Q. 참사관으로 온 뒤 가장 주요했던 사업이 궁금하다
올해 출범한 한국-덴마크 병원 네트워크 구축이 굉장히 큰 사업이었다. 해당 네트워크는 양국 주요 종합병원 및 보건부와 외교부, 보건산업진흥원 간의 국제 협력체다.
한국에서는 강남세브란스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국립건강보험 일산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참여한다. 덴마크에서는 올보르(Aalborg) 대학병원, 오르후스(Aarhus) 대학병원, 코펜하겐 릭스 왕립 대학병원(Rigshospitalet)이 가입했다. 양국은 주요 병원들의 디지털 전환을 통한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과 질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종 교류 세미나도 열고 있다. 정신건강, 만성질환 등 다양한 주제로 이뤄진 교류는 실제로 서로에게 실질적인 배움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덴마크 바이오 산업 및 파트너십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웨비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계속되는 교류는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위고비의 기적,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 아냐
덴마크는 최근 전세계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국가 중 하나다.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약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롯한 블록버스터 약품들 덕분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내놓은 비만약 위고비의 돌풍은 제약뿐만 아니라 유통, 금융, 식품 산업 등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연 제약 강국 덴마크의 비밀은 무엇일까? 야콥슨 참사관은 정부의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가 만들어낸 강력한 제약바이오 생태계 구축이 성공의 바탕이라고 지적했다. 메디콘 밸리(Medicon Valley)로 불리는 세계적인 생명공학 클러스터는 이같은 노력이 일궈낸 대표적 결실이다. 덴마크 동부와 스웨덴 남부에 걸쳐져 있는 메디콘 밸리에 입주한 제약사만도 1500여개가 넘는다.
Q. 노보 노디스크가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하루 아침에 벼락 스타가 탄생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덴마크 의료 시스템의 역사는 400년에 달한다.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노보 노디스크의 역사도 100년에 달한다. 덴마크의 기업들은 아주 오랜기간 동안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왔다. 무엇보다 대학과 제약산업 사이의 강력한 협력이 바탕이 됐다. 기업, 대학, 정부가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학계와 제약기업 사이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임상시험 및 연구협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Q. 정부의 투자가 상당히 이뤄졌을 것 같은데
지금도 연구지원을 위한 대학 R&D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앞서 말했듯 제약기업들의 민간투자도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에 의해 조성된 거대 재단들이 연구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기업은 대학에 막대한 기부금을 투입하면서 연구 성과를 제공받으며, 필요한 고급 연구인력들도 어렵지 않게 채용할 수 있다. 제약산업은 덴마크에서 정말 중요한 사업이지만, 대학의 기본적인 연구 없이 성장을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본다. 덴마크 대학들은 이 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학생들은 일찌감치부터 생명공학 및 화학 등 의학적 연구의 기초가 되는 지식들을 충분히 쌓으며, 이후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암 예방 백신 등과 같은 혁신적인 약물 개발을 위해 힘쓰게 된다. 결국 민간과 공공의 광범위한 협력 관계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노보 노디스크를 비롯해 룬드백 등 덴마크의 대표 제약사들은 각자 바이오벤처 및 제약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Q. 신약 개발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는 데, 원활한 투자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뮬론 신약을 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10년 정도다. 실패도 많다. (위고비 같은) 블록버스터가 나오는 것은 수십년만에 한번 일어날까말까 한 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에는 한국에는 많은 복제약 기업들이 많지 않다. 실패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이어가는 이들이 계속 있다.
이들은 알츠하이머 같이 아직 정복되지 않은 질병이 있고,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실패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다. 물론 앞서 말했든 탄탄한 학계가 기반이 됐기에 이런 시도들이 가능하다. 물론 기본적으로 제약시장이 거대하다는 것도 기업들이 연구를 멈추지 않는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Q. 양국의 제약 및 바이오 분야 협력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양국은 이 분야에서 상당한 협력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주한덴마크대사관에서도 바이오테크 분야 투자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합작투자를 비롯 바이오테크분야에서 협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블록버스터 신약의 탄생을 원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연구 및 투자에 착수해야 한다.
한국은 제네릭 의약품 생산이 많은 국가다. 외국 의약품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제네릭 약품을 많이 생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다. 그러나 동시에 제네릭 제품의 가격은 미국의 제품보다 더 비싼 가격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기술개발 연구에 더 많이 투자에 오리지널 약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더 도움을 줄 수도 있다.
20년 뒤의 미래, 준비된 모습으로 만나기 위한 고민 계속
덴마크는 2050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사회가 대변혁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 하에 다양한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건강한 노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운동, 식단 및 사회활동 등 관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야콥슨 참사관은 "덴마크 고령화 정책에서 핵심은 노인들이 되도록이면 오래 자택에서 거주하면서 존엄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커뮤니티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머, 치매 친화적인 환경 조성 및 사회활동 참여를 촉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노인들의 지원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병원의 효율적 운영의 장점을 배우고자하는 것이다.
늙어가고는 있지만, 수십년 이후 미래를 준비된 모습으로 만나기 위해 여러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20% 이상이 65세 인구로 구성되는 초고령사회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는 2030년이다.
아는것이 힘 입니다.우리도 덴마크에서 배울것이 너무도 많습니다.